이병주 소설 읽기
이병주 소설 읽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11.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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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마산문화원장 영화자료관장)
 
지난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하동의 이병주 문학관에서 ‘2014 이병주 국제문학제’가 개최됐다. 나림 이병주, 언론인이고 소설가였다. 올해가 벌써 23주기가 된다. 나의 행복한 책읽기 시절에 이병주는 우상이었고 영웅이었다. 현실감 있는 그의 문체는 젊은 내 가슴을 사로잡았다. 그는 사후 편찬된 전집이 30권에 이를 만큼 다작 작가였는데, 신작이 발표될 때마다 큰 인기를 끌었고 나도 매번 챙겨서 읽었다. 대표작으로 일제강점기 시대 지식인의 고뇌를 그린 ‘관부연락선’, 남북관계를 비극적으로 다룬 ‘삐에로와 국화’가 먼저 떠오른다. 신상옥·최은희 부부의 납북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 ‘미완의 극’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낙엽’, ‘망향’, ‘망명의 늪’, ‘비창’도 이병주만의 색채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의 소설 데뷔작을 1965년 월간 ‘세대’에 발표된 중편 소설 ‘소설 알렉산드리아’로 꼽지만, 그 전에 부산일보에 연재된 ‘내일 없는 그날’이 있다. 이 작품 역시 큰 인기를 끌었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두 편은 TV 드라마로 제작됐다. ‘지리산’은 KBS 대하드라마로 제작돼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행복어사전’은 MBC 드라마로 선보였는데, 당대의 청춘스타 최수종·배종옥이 주연을 맡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단행본 외에도 70년대 신아일보에 연재된 칼럼도 재미있었고, 라디오에 출연해 방송한 촌철살인의 인생 이야기도 즐겁게 들었다. 하지만 칼럼집 ‘백지의 유혹’, ‘허망과 진실’은 내용이 어려워서 상당히 고생했다. ‘그해 5월’이 잡지 연재를 종료한 직후 독자투고를 한 적이 있다. 마산 3·15 의거 날의 묘사가 사실과 달라서였는데, 필자가 기억하는 그날의 광경을 상세히 적어 보냈더니 잡지 한 권이 선물로 왔었다.

그가 남긴 어록은 독특한 깊이가 있다.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대표적인 어록으로 손꼽힌다. ‘가난해도 궁상스럽게 살지 마라’, 언젠가 모두 죽기 마련이므로 ‘인생은 필패’라는 그의 말처럼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르고 물욕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항상 새로운 가치를 찾고 긍정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인생사에 공존하는 복잡함과 단순함을 함께 그린 이병주, 그의 소설에서 나는 인생의 겸손과 호연지기를 배웠다.
 
이승기 (마산문화원장 영화자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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