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은 풍년…농업인 가슴은 흉년
들녘은 풍년…농업인 가슴은 흉년
  • 임명진
  • 승인 2015.11.03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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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도내 생산 38만 2951t 전년비 6000여t 넘쳐
쌀값 하락에다 정부수매 줄어 생산비도 못건져
올해 쌀농사가 풍작을 보이면서 쌀값 하락을 우려하는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만 가고 있다.

농민들은 “지난해 17만원대를 유지하던 쌀값(80kg 기준)이 현재 15만원대에 거래되면서 수확을 해도 생산비도 건지기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3일 경남도에 따르면 올해 경남지역 쌀 생산량은 38만 2951t으로 지난해 37만 7000t보다 6000여 t 늘어난 풍작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3년 연속 태풍이나 병충해 등의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쌀 과잉생산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2년 풍년 뒤 1년 평작’이란 사이클이 작동했지만 올해도 풍작이 예상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쌀값 하락 추세는 올해도 피할수가 없게 됐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쌀관측 11월호 속보’에 따르면 올해 전국 쌀 예상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0.4%(1만7000t)증가한 425만 8000t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수확기 전국평균 산지 쌀값은 민간의 벼 매입능력 확충에 의한 산지유통업체의 매입상황에 따라 변동의 가능성도 있지만 20kg당 3만 8500원 수준으로 전년도 4만1837원에서 8.0% 내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 공공비축미 매입물량을 경남에 7만 4666t을 배정했다.

농민들은 수매가가 높은 정부 수매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지만 나머지 물량은 농협이나 민간에 판매해야 한다. 지난해 도내 농협과 민간은 11만t을 매입했다.

하지만 풍작으로 쌀값 하락이 당연한 것으로 예상되는 등 농민들의 주름살은 깊어만 지고 있다.

김차연 진주시농민회장은 “올해 벼수매가도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서 정부가 재고물량의 시장격리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농가들은 농협이나 민간의 매입에 한계가 있는 만큼 폭락하는 쌀값을 방어하기 위해 정부가 공공비축미 확대, 대북지원 재개, 수입쌀 중단 등의 쌀값 안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쌀값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공공비축미 20만t 추가 수매와 민간 매입지원 방안도 별 실효성 없다는 게 농가들의 반응이다.

진주시농민회와 여성농민회는 지난 2일부터 시청 앞 광장에 나락 2000여 포대를 적재하면서 벼 야적투쟁에 돌입했다.

농민들은 “현재의 쌀값 하락은 풍년이 주 원인이 아니라 막대한 수입쌀에 있다”면서 “쌀가격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밥쌀용 쌀 수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현재 쌀값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재고미의 해결방안이 강구되어야 하는데도, 대북 쌀 보내기 뿐 아니라 새로운 재고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예전 대책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의 농민단체들은 오는 14일 서울에서 3만명이 모이는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해 정부를 상대로 쌀값 안정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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