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경일포럼]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11.0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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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2차대전을 통해 만난 일본을 미국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피차간의 전쟁양식이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정부에서는 일본민족은 어떤 민족인가를 알기 위해 1944년 6월,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에게 연구를 의뢰하였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책이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국화와 칼”(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Patterns of Japanese Culture)이다.

이 책에서 베네딕트 여사는 일본인들이 갖는 사고의 모순구조가 날줄과 씨줄로 엮어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최고로 공격적이면서도 평화적이며, 군국주의적이면서도 탐미적이고, 불손하면서도 예의바르고, 완고하면서도 적응력이 뛰어나며, 유순한 듯하면서도 사납고, 성실하면서도 부성실하고, 용감하면서도 겁쟁이이고, 보수적이면서도 진보적이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다른 동양인과는 달리 놀랄만큼 솔직하게 자기자신을 고스란히 그대로 드러내어 기록해두는 강한 충동을 지니고 있는 종족”이라고 설명해주고 있다(김윤식·오인석역).

‘국화와 칼’을 함께 지니고 있는 일본을 이같이 이해하면서 현재 일본의 아베정권이 벌리고 있는 정치행태를 보면 사뭇 흥미진진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같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그의 발언들은 모두가 일본인들이 그동안 기록해 놓은 증거들로 인해 거짓으로 판명되고 있기에 말이다.

얼마 전 필자는 수필가 정명숙 선생으로부터 일본의 베스트 셀러 작가 가지야마 도시유키가 1962년 한국을 주제로 한 작품을 쓰기 위해 “사상계” 장준하 사장에게 보내온 서신을 보여주기에 읽어 본적이 있다.

“장준하 선생! 제가 원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자료입니다.

1) 창씨개명정책 때문에 자살한 설진영 가족이나 그 지인들. 2) 3.1운동시 일본유학생으로 독립운동을 계속한 사람(최팔룡같은 사람). 3) 3.1운동 때 제암리 사건으로 학살된 걸 목격한 자나 그 연구자. 4) 강제동원으로 징병훈련소에 간사람, 돌아 온 사람, 도망자등. 5) 해방 후 한국에 귀화한 일본인 부인들과의 만남이나 좌담 희망. 6) 김광식과 같은 한국작가와의 만남. 7)전쟁중 일본인 중학교에서 공부하고 현재도 활약하고 있는 30대의 저널리스트.

이런 자료들을 제가 원합니다. 조선을 식민지로 했던 시대에 저지른 죄상을 파헤쳐 일본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나는 일본과 한국이 새로운 우정으로 맺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지은 죄를 충분히 사죄하고 새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반성의 자료로서 이상의 사람들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작품 발표는 르포르타쥬, 소설 두 개의 형식으로 문예춘추에 게재할 예정입니다(하략).”

가지야마의 편지를 소개하는 이유는 세가지다. 하나는 아베정권이 어떤 변명으로 역사를 왜곡시키더라도 영원히 역사를 지울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두 번째는 가지야마처럼 양심이 살아 있는 일본인은 의외로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서다. 세 번째로는 일본사람들이 자신들을 위해서 기록해 놓은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낱낱이 끌어 모아 우리의 자료로 삼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본이 저지른 식민지시대의 악행을 하나도 남김없이 주워 모아 집대성해 놓자는 얘기다. 학자 개인에게만 맡겨 놓을 일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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