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기부문화와 유아시민교육
[경일시론] 기부문화와 유아시민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0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학생처장·유아교육과 교수)
기부문화와 관련된 사람들이 최근 기사에 등장하면서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부란 거부(巨富)들의 베풂으로 여겼던 통념을 깨고, 평범한 이웃들의 나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기부문화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기부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식당 수입을 모아 기부해 ‘아너 소사이어티’ 의 910호 회원이 된 변씨(61세)는 ‘기부가 평생 꿈이었고, 지체장애를 앓다 스물여덟 살에 세상을 뜬 형을 생각해서 장애를 지닌 이웃들에게 기부금이 쓰였으면 한다’고 기부의 변을 밝혔다. 변씨는 ‘가난도 농사도 공부도 다 싫어’ 열세 살에 청주의 중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러 쌀 두말을 짊어지고 서울로 떠났다. 그후 용산 가구공장에서 직공으로 일하면서 터를 잡고 2년 후 부모를 모셔오고, 스물네 살에 결혼해서 아내와 함께 서울에서 분식집을 연 이후 한식당, 커피전문점 등으로 업종을 바꾸며 열심히 일했고, 장사운도 따라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신문을 통해 ‘아너 소사이어티’의 존재와 가치를 알고 몇 년 전부터 가입을 별러오다 이번에 가입하게 됐다. 지금도 ‘넉넉지 않더라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을 따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산다’고 기부 감회를 밝혔다.

두 번째 사례는 타이어 판매로 기부한 임씨(75세)의 이야기이다. 그는 충남에서 4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집안형편으로 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한 후, 열여섯 살에 춘천으로 달려가 성실히 일하면서 돈을 모았다. 그리고 38년 전 첫 봉사경험으로 이웃 노점상 아주머니의 아들이 서울대에 합격한 후 학비가 없어 진학이 힘들 때 10만원을 건넸고 그때의 기쁨으로 계속 봉사를 하게 됐다. 이후 지역 로타리클럽에 들어가 장학금 지원을 비롯한 헌혈, 청소, 배식봉사 등 물심양면으로 이웃을 도왔다. 임씨가 이제껏 받은 기부상, 봉사상이 몇 백 개인지 모르겠다고 했으니 실로 놀랍고 감탄할 일이다. 그는 2010년부터 지역의 K대와 K고에 매년 500만원씩 50년간 후원하는 약정을 맺었으며, ‘손님 덕에 꾸준히 타이어를 팔았고, 벌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주머닛돈을 털어서 모아 기부를 한다’고 했다. 학력과 무관하게 기부문화가 몸에 밴 대단한 분이신 것 같다.

이런 사례를 보면서 우리사회가 한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부문화가 특정한 분에게만이 아니라 유아교육에서부터 시작돼 더불어 사는 시민 공동체 교육이 이뤄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10년 전에 경험한 기부문화의 한 예로 미국 버클리에서 초등학교 운동회 같은 행사에 학생이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면 1달러를 기부하는 행사가 있었다. 즉 운동장을 한 바퀴 돌 때마다 1달러를 기부하거나 10달러를 내고 마음껏 운동장을 도는 방법이 있었는데 학생이 선택하도록 돼 있었다. 중요한 것은 초등학생 때부터 기부문화를 심어주는 교육의 장이 의미 있게 와 닿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예로 미국의 필라델피아의 로댕박물관에는 입장료는 무료이면서 벽에 기부금을 넣는 통이 달려 있어 그곳에 원하는 대로 기부금을 넣도록 돼 있었다. 즉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기부문화가 이뤄지도록 교육된다는 점이다. 우리사회도 성숙해 가면서 이러한 기부문화가 어린 유아기부터 교육될 때 세계시민 교육으로서의 인성이 잘 길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기부문화가 특별한 몇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의 한 부분이 된다는 인식을 새롭게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학생처장·유아교육과 교수) 경일시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