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볼 일
생각해 볼 일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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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 (아동문학가)
조평규
우리가 이따금 사용하는 말 중에 ‘생각해 봅시다’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 면전에서 가부(可否)를 결정지어 대답하기 곤란할 때, 자신(自信)이 없을 때 ‘생각해 봅시다’하고 발뺌을 하게 된다.

아무튼 ‘생각해 볼 일’은 명쾌하지 못하거나 옳은 일이 아닐 때 사용하는 말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어디 그게 쇠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사람이 할 일인지 생각을 해 봐라” 하고 야단치기도 한다.

내가 여기서 생각해 볼 일로 지적하고 싶은 게 두 가지 있다.

첫째, ‘시(詩)의 거리’라고 해서 유명 시인의 시(詩)를, 사람이 다니는 인도(人道)의 블록(block)에 새겨 놓은 것이다. 그 좋은 시를, 사람이나 개(犬)도 밟고 다니는 길에 새겨 두다니! ‘많은 사람이 오가면서 보라고.’ 이렇게 대답할지 모르지만 사람의 이름, 작품(시)을 흙 묻은 신발로 밟는 것, 생각해 볼 일이다. 주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만 출세(승진)하려고 혈안이 된 사람을 ‘친구도 선배도 짓밟고 올라갔다’는 말도 있잖은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도 있고.

둘째, 먹는 대회에 관한 얘기이다. ‘수박 먹기 대회’, ‘사과 먹기 대회’ 등 각종 먹기 대회가 우후죽순같이 생겨나 여기저기서 행해지고 있다. 그 지방에서 생산된 농작물(과일)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문제는 그냥 먹는 것이 아니고, 정해진 시간 내에 누가 얼마나 많이 먹었느냐 하는, 빨리 먹기 대회인 것이다. 그래야 1, 2등 순위를 정해 시상을 할 수 있으니까. 밥 한 술을 서른 번 이상 천천히, 꼭꼭 씹어야 한다는 말이 있건만.

그런데 이런 대회에서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다가는 보나마나 꼴찌가 되고 만다. 그래서 수박도 사과도 먹는 둥 마는 둥 겉 부분 또는 속살만 뱅뱅 돌려 베어 먹고는 그냥 버린다. 아깝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속담도 있다. 이런 식의 빨리 먹는 대회,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은 대회, 계속해도 좋은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나 혼자만의 잘못된 생각이기를 바라면서.
 
조평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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