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리문학관 직박구리
평사리문학관 직박구리
  • 경남일보
  • 승인 2015.11.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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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장)
하아무
하동은 지리산으로부터 살을 받고 섬진강으로부터 피를 받은 고장이다. 팔베개하고 누워 남해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정공채 시인의 표현을 빌면 “그 어느 방향으로 들어도 그저 그만인 수향(水鄕)이요, 산향(山鄕)이요, 어향(魚鄕)이요, 전향(田鄕)”이다.

어디 하동뿐만이랴. 살아가는 일이 팍팍하고 날은 또 추워지니 절로 고향이 그리워지는 요즘이기도 하다. 박경리 선생은 ‘토지’에서 “배가 고프면 먹여주는 자에게 빌붙고 배가 부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떠나가고, 따뜻한 곳에는 모여들고 추운 곳은 버리는 게 세상의 인심이라 하나 땅이야 어디 그런가? 사시장철 변함없이 하늘의 뜻과 사람의 심덕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사람이야 먹고 사는 일과 생활에 매여 이동이 쉽지 않지만 하늘에 등을 대고 살아가는 새들은 그렇지 않다. 해서 섬진강에 얼음이 잡힐 무렵이면 청둥오리, 민물가마우지, 기러기, 붉은부리고니, 가창오리 등과 독수리가 먹이를 찾아 이 먼 곳을 찾아오곤 한다. 최영욱 시인은 이들을 ‘섬진강의 겨울손님’이라며 그들의 허기를 걱정스러워한다.

하지만 박경리 선생의 언급처럼 땅은 사람에게든 동물에게든 변함없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준다. 추수가 끝난 무딤이 들판은 온통 새들의 밥상이 됐다. 그뿐인가. 가지 끝에 주렁주렁 달린 대봉감은 그들에게 별미가 돼 입맛을 돋게 한다. 이렇듯 풍성한 먹을거리를 준비해줘 고맙다는 인사로 평사리는 제법 시끌시끌하다.

요 근래 문학관 주변은 대봉감 별식에 신난 직박구리들이 점령했다. “삐이요, 삐삐, 힝요” 시끄럽게 울어대며 감나무밭으로, 대나무숲으로 50여마리씩 무리지어 날아간다. 봄에는 산지에서, 가을부터는 인가와 들에서 지내는 직박구리는 몸은 대체로 회갈색이고 가슴은 회색에 흰 반점이 있으며 배는 희고 머리는 회색인데 신비로운 푸른빛을 띠고 있다. 꼬리가 길어 날 때는 마치 잘빠진 최신형 전투기를 보는 듯하다.

단체, 특히 학생들을 데리고 문학기행을 오는 경우 자주 해설이나 박경리 선생의 문학세계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잦다. 하지만 이즈음 사람들은 직박구리에게서 해설을 듣고 더불어 박경리 선생의 생명사상을 소개받고 간다. 고맙다는, 직박구리식 인사법인 셈이다.
하아무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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