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12월의 꽃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12월의 꽃
  • 경남일보
  • 승인 2015.12.09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lip20151209090145

 

12월의 꽃

계절 저 너머서부터

향기 하나 없이

만져본들 딱딱한 질감이더니

12월부터

꽃이 되었다.

-박명수



신록의 계절을 비껴 향기로마저 주목 받지 못했던 당신. 하지만 뒤늦게나마 주변으로부터 적절한 시선을 받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황홀한 12월인가. ‘드디어 꽃이 되었다’는 말 속에는 오랜 기다림이 고여 있어서, 동안 내 안의 고독과 내 안의 상처가 붉은 음률로 떨릴 때마다 곁이 되어주며 박수를 보낸 사람이 분명 있었으리라.

그러니 그대가 꽃이 될 수 있도록 여백이 되어 준 사람을 우리 잊지 말자. 속을 모조리 털어낸 저 덤불 같은 삶이 여태껏 그댈 향하여 배경이 되어 주었음을 절대 잊지 말자. 가벼워진 몸피를 웅크린 채 붉게 물든 꽃들에 흐뭇해하시는 우리의 어머니가 저기 계신다. 아! 덤불 속의 어머니, 단 한 번도 꽃이 되어보지 못한./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