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산모우울감과 부모교육
[경일시론] 산모우울감과 부모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5.12.15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학생처장)
부모됨이란 하나의 축복이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켜 자신의 분신으로 키운다는 개인적 동기도 있지만, 사회구성원을 키워낸다는 보다 중요한 사회적 동기도 있다. 그런데 최근 신문에 산모 10명 중 9명이 ‘출산 후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돼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분만 경험이 있는 전국의 20~40대 기혼여성 13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90.5%는 ‘산후 우울감’을, 33.7%는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인구보건협회가 7일 밝혔다. 특히 산후 우울의 원인은 주로 ‘아이 양육이 어려워서’(42.9%)였고, 다음으로 ‘남편의 늦은 귀가와 무관심’(28.9%), ‘매일 집에 있는 답답함’(20.3%)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산모가 산후 우울이 심해 ‘아이를 거칠게 다루거나 때린 적이 있다’는 답변이 절반(50.3%)을 넘었다는 사실이다.

주위에서 많은 축하를 받으며 결혼을 하고, 자녀를 출산했는데 왜 산모가 이렇게 많이 ‘출산 후 우울감’을 겪게 되는 것일까.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자라 집안일에 서툰 젊은 여성들이 출산으로 갑자기 자신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아기가 생기면 큰 부담을 느끼는 것과 또한 출산 전후 호르몬의 변화와 자녀양육에 대한 지나친 중압감이 겹치면서 산후 우울증이 늘고 있다”고 했다. 물론 그 같은 측면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남편의 양육 불참여에 대한 문제인 것 같다.

며칠 전 신문에 한국 남성의 ‘하루 가사노동’이 45분이고 여성은 227분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5배 이상 가사노동을 담당하고 있어,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 현황이 세계 최하위권인 것으로 밝혀졌다. 즉 우리나라 10가구 중 4가구가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한국남성이 집안일을 하는 시간은 고작 45분으로 OECD회원국 평균(139분)의 3분의 1수준이고, 조사대상 29개국 가운데 가장 적었다. 덴마크(186분), 노르웨이(184분), 미국(161분), 스웨덴(154분) 등 맞벌이 비율이 우리보다 높은 유럽과 미국 남성들은 가사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남녀평등지수가 비교적 낮은 인도(52분), 중국(91분), 남아프리카공화국(92분) 남성들도 한국 남성보다 집안일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편 비율은 47.5%지만, 실제로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고 응답한 남편 비율은 16.4%에 불과하며, 아직은 ‘생각 따로, 행동 따로’ 경향이라고 밝혔다. 세계 주요국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고용노동부, 2015)을 보면 노르웨이 90%, 스웨덴 90%, 덴마크가 25%, 네델란드 27%, 영국 11%, 일본 2.6%에 비해 한국은 ‘집계 안됨’으로 나타나 자녀양육에 대한 한국 아빠의 육아휴직은 실종상태임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는 엄마에게만 양육부담을 전가하는 ‘독박육아’형태이고, 이는 엄마의 산후 우울을 부추기는 상황이 된다. 우리나라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산후 우울증을 겪는 엄마는 아이의 건강뿐 아니라 두뇌발달도 해치는 데 이런 영향은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가족의 관심과 육아지원이 산모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며, 특히 남편은 ‘아이는 부부가 함께 기른다’는 마음가짐으로 양육에 참여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산모 우울감’은 산모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도 영향을 주므로 아빠의 양육참여가 필수적임을 명심하자.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학생처장) 경일시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