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달인, 채원 오횡묵
기록의 달인, 채원 오횡묵
  • 경남일보
  • 승인 2015.12.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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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경상대학교 도서관 문천각 사서)
이정희
함안에 남강유등축제와 비슷한 놀이문화가 있다. 음력 4월 8일을 전후해 무진정(無盡亭)에서 열리는 낙화놀이가 바로 그것이다. 연등과 연등 사이에 참나무 숯가루로 만든 낙화를 긴 줄에 매달고, 불꽃이 연못 위에 꽃가루처럼 날리는 것을 구경하면서 안녕과 복을 비는 행사다. 일제강점기 때 중단됐다가 1985년에 복원돼 매년 열리고 있다. 2008년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됐다. 고성에는 또 고성오광대가 유명하다. 관청의 아전 무리들이 해마다 섣달그믐날 관아 마당에 제물을 차려놓고 제사를 올리면서 탈을 쓰고 시끄럽게 놀이판을 벌였다는 기록이 전한다. 1964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됐다.

낙화놀이와 고성오광대가 재현되고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채원 오횡묵(吳宖默·1834~1906)이 함안과 고성의 관리로 근무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상세한 기록으로 남겨 둔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오횡묵은 정선군수, 자인현감, 함안군수, 고성부사, 지도군수 등을 역임했는데, 그는 지방 관리로 부임할 때마다 그 고을의 공무처리 과정과 견문을 총쇄록(叢鎖錄)이라고 하는 일기체 형식으로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 ‘정선총쇄록’, ‘자인총쇄록’, ‘함안총쇄록’, ‘고성총쇄록’, ‘지도총쇄록’ 등이 그것이다. 오횡묵은 기록이 습관화한 관리이자 기록의 달인인 것이다.

‘함안총쇄록’에서 낙화놀이의 규모, 제조와 놀이방법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고성총쇄록’에서는 고성오광대의 놀이하는 시기, 장소, 방법, 주체, 규모를 비롯해 당시 지역민과 아전의 생활상도 상세히 엿볼 수 있다. 오횡묵의 기록이 없었다면 낙화놀이와 고성오광대는 문화재 지정은 고사하고 역사적 근거가 없는 지역민의 단순한 일회성 놀이로 취급되고 말았을 것이다.

고문헌은 헌책 또는 낡은 기록이 아니다. 고문헌에는 선조들의 생생한 삶의 기록이 담겨 있다. 따라서 고문헌에 담겨 있는 역사적 기록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문헌의 기록은 오늘날 축제문화로 재현돼 지역민에게 정신적 자부심과 일체감을 갖게 하고, 또 관광상품으로 승화돼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한류문화로 발전돼 국익창출과 한국 알리기에 기여하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지역의 역사기록을 어찌 소중히 여기지 않겠는가.
이정희 (경상대학교 도서관 문천각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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