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드디어 때가 왔다
[경일시론] 드디어 때가 왔다
  • 경남일보
  • 승인 2016.01.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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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국민은 알고 있다. 지난 4년간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그들은 입만 열면 ‘국민’을 앞세웠다. 방금 선거에 지고도 국민은 우리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변명도 그들에게는 통했다. 술먹고 약자인 대리운전자 폭행에 가담해도, 대낮에 국회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여인과 호텔에 있어도, 보좌관의 월급으로 관리비, 요구르트 사먹은 쪼잔한 국회의원도 안다. 대기업, 공공기관 기웃거리며 청탁하고 뇌물 받은 국회의원은 부지기수다. 자식을 청탁해 취직시키고 금숟가락 물려 사회에 내보내려다 들킨 자들도 있다. 누가 갑질하며 국민위에 군림하고 있는지도 안다. 쌍욕과 품위 없는 행위, 막말과 억지논리로 노이즈마케팅을 일삼아 국회를 천격화시킨 자들도 안다. 재산공개를 할 때마다 늘어나는 재미로 사는 국회의원, 요즘에는 심한 분화조짐에 눈동자만 굴리는 가자미족들도 훤히 눈에 보인다. 그런 가운데서도 묵묵히 일만 하며 법안을 챙기고 정책을 개발하는 국회의원도 국민은 알고 있다. 국민의 눈으로 보면 보이는 법이다.

드디어 때가 왔다. 우리 손으로 옥죄고 다듬어 반듯한 국회를 만들 때가. 쪼잔하고 시답잖은 자 걸러내고 ‘국민’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국민을 팔아먹은 자, 권력을 마음껏 이용해 갑질을 해온 자를 가려내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의 품격을 떨어뜨려 국민들의 자긍심에 대못을 박은 자들은 곡식속의 티와 돌을 가려내듯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이제 곧 선거가 본격화되면 공천에 탈락한 자들이 이당 저당을 기웃거릴 것이다. 권력에 눈이 어두워져 밝은 불빛만 찾아 부나비처럼 몰려들어 정치판을 어지럽힐 것이다. 그래서 두눈을 부릅뜨고 가릴 것은 가려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항상 국민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호도하지만 이들을 심판할 때가 온 것이다.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으로, 권력의 힘으로 예산을 많이 따온 것을 전리품으로 자랑하며 할 짓을 다했다는 거만한 자들도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

선택의 기준은 국민의 눈이다. 누가 국민을 위할 사람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진실한 사람이란 국민을 배반하지 않고 국민의 편에 서는 사람이다. 국민을 앞세워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입신양명과 이익을 구하는 사람은 진실한 사람이 아니다. 이런 사람은 다시는 국회에 발을 들여 놓아서는 안된다. 다른 예산 빼앗아 벌이는 지역발전이 국회를 힘의 논리로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역발전은 다소 느리더라도 국가를 생각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선진화법이라는 족쇄에 갇혀 산더미처럼 쌓인 각종 법안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식물국회, 무기력한 국회는 이제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국회가 이 지경이 된 것에는 국민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그것은 지역주의와 학연, 지연, 혈연이다. 지지정당만 보고 찍는 패거리정치도 우리가 만들었다. ‘우리가 남이가’는 정치지망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대부분의 정치지망생은 어느 날 고향에 내려와 혈연, 지연, 학연부터 찾아 세력을 규합하고 캠프를 차린다. 그로 인해 지역사회는 사분오열되고 서로 반목하고 패거리가 형성돼 선거가 끝나면 지역사회는 파시 후의 장터처럼 어수선해 한동안 중심을 못잡고 휘청거리기 일쑤이다. 이번 총선에서 꼭 이뤄야 할 과제는 국회심판이다. 그들이 국민을 힘들게 하고 갑질하고 할 일을 안했으니 심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새 길을 가는 길이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주객이 전도된 이 상황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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