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함부로 갑질하지 말라
[경일포럼] 함부로 갑질하지 말라
  • 경남일보
  • 승인 2016.01.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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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병신(丙申)년 새해다. 새해에 덕담을 해야 하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다. 쥐꼬리만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갑질하는 세상이 지겨워서다. 머리띠를 두르기만 해도 위풍당당하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기만 해도 기세등등하다. 근처에 가기조차 무섭다. 그들만 보면 우리 같은 시민은 무조건 죄인이 된다. 시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갑질하는 권력자만 남아 요로를 점령하고 있다. 권력 누리기가 그리도 즐거운가? 그러나 권력이 살찌면 어떻게 되는지 알기나 하는지 모를 일이다. 정치하는 사람으로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또 생산자에서부터 소비자에 이르기 까지 모든 갑질할 수 있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제발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함부로 갑질하지 말라는 얘기다. 갑질하다가 낭패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얘기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움추리게 하고 싶지는 않다. 권력도 없어서는 안되는 우리들 생활의 필수요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 앞에 겸손할 것을 요구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권력자는 권력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존재인가를 알아야 한다. 오죽하면 ‘다모클레스의 칼’이란 고사가 생겨났을까? 권력자의 머리 위에는 언제나 예리한 장검이 가느다란 말총에 매달려 있다는 고사 말이다. 매달려 있는 말총이 끊어지기만 하면 장검은 권력자의 이마에 내리 꽂힌다.

그러기에 권력을 너무 살찌우지 말라고 하고 싶은 것이다. 권력이 살찌면 그림자도 살찐다. 살찐 말은 달리지를 못한다. 달리지 못하는 말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야윈 권력만도 못하다. 사무사(思無邪)! 그것은 잘 달리는 말을 두고 하는 상찬(賞讚)이었다. 잘 달리는 말이 천리를 간다. 권력이 살찌면 행동이 굼뜨고 생각이 미련해 진다.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이 있다. 늙은 말이 지혜롭다는 뜻이다. 안개 낀 벌판이나 눈덮인 산야에서 길을 잃었을 때에는 늙은 말에 의지하여 길을 찾아 가라. 늙은 말은 백전노장이다. 경험 많은 권력 앞에서는 자신의 권력을 함부로 자랑하지 말라. 이기고도 지는 척 할 줄 아는 권력이 참으로 장대한 권력이다.

무엇이 그리도 급한가? 가지고 싶다면 먼저 도와주라고 노자는 말하고 있지 않은가? 상대가 왕성하도록 성심껏 도와준다면 언제인가는 그 권력이 자신의 것으로 돌아온다. 권력에는 언제나 주인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 주인은 언제나 바뀐다는 사실도 변함없는 진리다.

고은 (高銀)시인은 이런 짧은 시를 쓴 적이 있다. “올라 갈 때 못 본 꽃/내려올 때 보았네.” 이 시가 주는 의미는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시를 사람으로 바꿔 놓고 보면 여간 심오하지 않다. “올라 갈 때 못 본 사람/ 내려올 때 보았네”라고 고쳐보자. 사뭇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의미 내용이 하늘과 땅차이다. 권력을 쥐고 있을 때나 권력으로 줄달음처서 올라갈 때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이 권력을 내려놓고 나면 보인다는 뜻이다.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권력을 쥐었을 때에 뭇사람들에게 잘하라는 뜻이기도 한 것이다. 교만하지 말라는 말이다. 평생 가진 권력을 누릴 것 같지만 세상천지에 눈을 씻고 봐도 그런 사람은 없다. 누군가가 갑질하는 꼴 안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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