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요지경 꼬락서니
[특별기고] 요지경 꼬락서니
  • 경남일보
  • 승인 2015.12.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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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외호 (작가)

어떻게 된 것일까. 명색이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은 청문회 때마다 병역문제, 위장전입,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표절 등의 문제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 위정자가 법을 유린하고 도덕 불감증에 젖어 있는데, 국정을 다스리고 공정사회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그렇게 당당하고 대단해보이던 사람들이 일순간 왜소하고 초라하게까지 보이는가 하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나 하는 실망감은 쉽게 감출 수가 없다.

공직생활을 할 때 병무담당 주무로 근무한 적이 있다. 부와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찾아와 전혀 부끄러운 내색도 없이 ‘아들을 군 면제 또는 방위병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라고 하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하여 그런 방법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하면, 어느 특정인을 거론하기도 하며 확실치도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심지어 어떤 약을 복용하고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하면 폐 부분이 검게 나온다는 등 별의별 불법적인 방법을 제시하거나 돈으로 유혹한다.

그들의 근본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여느 부모는 남자가 군에 다녀와야 철이 든다고 하는데, 왜 댁의 아들은 군에 보내지 않으려 하느냐고 물어보면 그들의 말이 가관이다. 군에서 3년의 세월을 허송하는 게 아깝고, 사회적 활동이 늦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돈과 배경이 있는 집안의 자식은 군대를 안 가도 되고, 돈 없고 배경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을 대신해 군에 가서 희생하라는 더러운 논리나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모 서울시장의 아들이 계획적으로 병역의무를 기피하기 위해 엑스레이 사진을 바꿔치기했다는 등의 구설수에 올라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병무청과 의사들로 재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문제가 된 사진을 정밀판독한 결과 정상적인 면제사유로 판명됐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모 시장은 한 가정을 파괴 직전까지 몰고,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까지 침해한 모든 언론과 사람들을 용서하겠다고 하니 역시 그릇이 큰 시장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개인정보가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됐는지에 대한 조사와 그에 합당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배울 만큼 배우고, 가질 만큼 가지고, 누릴 만큼 누리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됨직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저런 이유로 병역의무를 수행하지 않고서도 이 땅에서 수십 년 동안 버젓이 큰소리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들은 공부를 핑계로 외국을 왕래하며, 부와 배경을 이용해 병역면제를 받고서도 청문회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런 죄스러움을 망각한 채 국가의 중책을 맡겠다고 얼굴을 들이미는 짓거리는 국민을 우롱하는 아주 못난 짓이라고 하겠다.

이 나라가 분단 상황이 계속되는 한 무엇보다 병역의무는 신성하고 존엄한 국민의 의무로서 국가 수호의 최고 의무임을 명심해야 하고, 정당한 의무라고 인식해 자신의 본분을 철저히 수행해야 될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가장 선행돼야 할 기본은 평등이다. 자신의 의무를 피하는 어리석은 짓이야말로 가장 파렴치한 사람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외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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