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백수서 백만장자 야채장수가 된 이영석 대표
대학 졸업 후 회사 생활에 실망하고 있던 93년, “내 능력만큼, 일한 만큼 대접받는 일을 찾자”며 백수생활을 택한 그는 집 앞 뚝섬공원에서 한 오징어 행상을 만나게 된다. 그 행상을 바라보다가 우연히 시도해 본 오징어 장사로 30분 만에 4만원을 벌어들이면서 그의 인생이 바뀌게 된다. ‘장사는 정직한 것’이란 생각이 든 그는 당장 그 오징어 행상에게서 하루 3000원씩만 받아가며 1년 동안 도매상과 거래하는 법, 목 좋은 곳과 좋은 물건을 고르는 법 등 장사를 배웠다. 1년 만에 홀로서기를 작정한 그는 신협에서 대출받은 돈 300만원으로 중고 1톤 트럭을 사서 야채와 과일 장사에 나섰다. ‘야채와 과일은 경기에 덜 민감하고 소비가 꾸준하다’는 판단에서 선택한 아이템이었다.
그는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마구 돌아다니면서 행상을 했고, 특히 시장에서 주부들을 상대로 열심히 팔았다. 그래서 딱 1달 만에 대출금을 다 갚을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약 5년 동안 오징어를 비롯한 건어물과 호두 등 50 여 가지 품목을 팔아가며 1억원의 밑천을 마련하게 된다. 그는 드디어 1998년 대치동에 강남 주부들이 ‘총각네 야채가게’라 부르는 대치동 본점을 열었다. 대치동을 택한 것은 목이 좋아서였다. 당시는 ‘강남의 달동네’라고 할 정도로 평범한 동네였지만, 아이들을 가진 가정이 많고 또 소비문화가 두터워서 이들은 경기에 상관없이 먹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었다고 한다.
총각네 야채가게의 판매 전략은 매우 독특하다. 우선 재고를 남기지 않는다. 포도나 메론, 복숭아처럼 숙성시킬수록 더 맛 나는 과일을 빼곤 대부분 그날그날 다 팔아치운다. 문 닫는 저녁때까지 안 팔린 것은 예전에 행상할 때처럼 들고 나가 다 팔아버린다. 그래서 이 가게는 항상 신선한 상품을 판다는 정평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다가 자신 밑에서 일을 배우는 직원들이 3년이든 5년이든 ‘됐다’싶으면 새로운 점포를 내준다. 그는 투자비의 은행이자 정도만 받고, 직원이 나중에 장사를 해서 돈을 모아오면 아예 명의를 직원 앞으로 이전해 준다. 언뜻 보기에는 남는 게 없어 보이지만, 이 같은 정책은 결국 같이 일하는 직원들을 열성적으로 장사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꿈이 있는 청년 이영석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상황 속에도 일어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내 안에 품었던 꿈이었습니다. 지금의 총각네라는 브랜드는 바로 제 꿈이 실현된 것이고, 또 실현되어져 가고 있는 저의 꿈입니다.” 그의 회사 홈페이지에 쓴 인사말의 일부이다. 이영석 대표는 돈을 좀 더 벌면, 온 식구가 찾아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처럼 만든 야채백화점을 여는 게 꿈이라고 한다. 과일 매장 앞에는 오두막이 있고 생선 매장 앞에는 호수가 있어서 회를 먹기도 하는 공간에다, 주말이면 아이들이 농장 체험도 할 수 있는 테마 가게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요즘 각 기업들의 강의 요청을 받아 그의 마케팅 기법과 경영철학을 전하고 있다. /김흥길 교수 (경상대학교 경영학과)
[김흥길교수의 경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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