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임지(任地) 긴 여운
짧은 임지(任地) 긴 여운
  • 경남일보
  • 승인 2016.01.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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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일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 회장)
한창일
세월은 유수하고 인생은 뜬구름 같다고 말하는데 벌써 사천시 탄생 20주년이 넘었다. 시대의 아픔과 상흔을 지닌 채 이곳에 생활하는 입장에서 우려도 있지만 당시의 상황을 공유했다는 의사와 역사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는다는 진실을 말한다.

1995년 7월 1일 민선 자치단체 출범을 앞두고 그 해 1월 1일 필자는 삼천포시장(관선)으로 취임했다. 삼천포중·고등학교 졸업 후 35년 만에 연고지에서 짧은 기간이지만 충심껏 봉사하고자 했고 나에게 삼천포시와 사천군의 통합이라는 예기치 않은 일이 맡겨졌다.

정부에서 양 지역 통합 발표 이후 지역 곳곳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쑥덕공론으로 분위기는 심각했다. 사천은 남해·대진고속도로, 항공, 철도 등 인프라와 KAI가 자리 잡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높고 관할은 1읍 7면인데 비해 삼천포시는 16개동으로 행정동에 따라 의원수가 선출되기에 균형이 맞지 않다며 반대여론이 많았고, 한려수도, 어업생산기지, 국제항 등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양 지역 간 합의가 요구됐다.

이러한 양 지역의 합의 도출을 위해 경남도에서 중재에 나서 힘겹게 5개 합의사항을 이끌어냈다. 이 중 3개 사항은 시청, 임시청사, 사천대교 관련이었고 2개 사항은 통합시의 명칭은 사천시로, 삼천포 16개동은 10개동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러자 삼천포시의회와 시민들이 반대하면서 시장 퇴진운동과 삼천포시명 되찾기 운동이 범시민적으로 전개돼 분노와 절규는 와룡산에 메아리 쳐 울렸다. 이순신 장군이 국가를 위해 노심초사한 것처럼 태산과 같은 고민이 나를 휘몰아쳤다. 결국 주민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양 지역 찬성으로 매듭지어졌다.

이 엄청난 과업은 필자에게 숙명으로 주어진 시대적 요청으로 책임을 완수했으나 개인적 자부심은 추호도 느낄 수 없었다. 황동규 시인의 “아픔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아픔을 극복하려 한다”는 말처럼 시민과 공감하는 나날이었다. 삼천포지역이 지도상 소멸될 수 없도록 고속도로 표지나 시·군 경계표지에 삼천포항으로 그 존재를 행정적으로 부각시켰다.

1995년 5월 10일 통합 사천시 출범 취임사에서 양 지역이 자명종 행정시대가 돼 신뢰받는 화합구현을 강조하면서 정의롭게 고뇌했던 짧은 기간 목민관으로서 긴 여운을 남긴다.
한창일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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