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12. 28 한일 외무장관 합의는 무효화되어야 한다
[여성칼럼] 12. 28 한일 외무장관 합의는 무효화되어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6.01.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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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2015년을 간신히 추스르고 새해로 넘어가려던 우리 국민들은 아닌 밤중에 뒤통수를 정통으로 맞았다. 한국과 일본 양국 외무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타결했다는 소식이었다. 가장 먼저 ‘이 정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울려야 만족할 것인가’하는 질문이었다. 합의 후 열린 수요집회에 나와 이번 합의의 잘못된 점을 고발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왜 이렇게 피해자, 약자들에게 가혹한가.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들에게 가해자를 배려하고 이해할 것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사회인가’라는 질문이 연달아 떠올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부의 합의를 찬성하는 일부 국민의 태도였다. 이번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 앞에서 ‘합의를 받아들이라고’ 시위를 한 ‘엄마부대’ 대표의 인터뷰(뉴시스 1월 6일자)에서는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본인의 어머니나 딸이 그런 일을 당했어도 용서하라고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본이 용서를 구하는데 용서를 해야지 어쩌겠나’라고 답했다고 한다. 합의사항을 살펴보면 일본이 제대로 된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용서’라는 것은 온전히 피해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양국 외무장관의 합의는 일본의 국가범죄임을 흐리는 용어상에서부터 소녀상 이전 거론까지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합의라는 데에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 합의내용에 일본의 국가 책임인정과 사죄를 요구하는 피해자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들이 몇 십 년간 노구를 이끌고 유엔,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를 다니면서 일본이 저지른 인권침해 범죄에 대한 국제여론을 환기시켜 놓은 업적을 일순간에 뒤엎어버리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위해 10억 엔의 예산을 내놓겠다는 것도 문제이다. 피해 할머니들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세계를 돌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 의제로 설정하려고 애썼던 이유는 돈을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본정부가 한국 여성들에게 저지른 반인륜적인 범죄를 인정하고 진실되게 참회해 다시는 국제사회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잘못에 대한 책임으로 정당한 배상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배상의 의미가 제거된 돈 10억 엔을 받아서 그분들을 위한 재단을 만든다는 것은 오히려 그분들의 뜻을 오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양국 외무장관은 ‘최종적, 불가역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않은 합의사항을 보면, 그것은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기를 꺼리는 일본 정부, 즉 가해자의 입장을 반영하는 단어일 뿐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법적으로도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고 한다. 양국 정부, 특히 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를 무효화하고 제대로 된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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