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형택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도전
한국 테니스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선수 한 명도 출전하지 못했다.
대회가 윔블던이 열리는 유서깊은 장소인 올잉글랜드클럽의 잔디 코트에서 펼쳐졌으나 한국 테니스는 ‘구경꾼’ 신세였다.
한국 남녀 테니스를 이끌던 이형택(40)과 조윤정(37)이 2000년대 말에 현역에서 물러나면서 한국 남녀 테니스는 긴 암흑기에 빠져들었다.
매번 금메달 소식을 전하던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1개에 머물렀다.
지난해 정현(20·삼성증권 후원)이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한국 테니스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선수를 파견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정현이 지난 시즌 투어급 선수로 성장하며 세계 랭킹 51위까지 올라 한국 테니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서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현은 아버지 정석진 씨가 삼일공고 테니스 감독을 맡고 있고 형 정홍(23) 역시 테니스 선수로 활약하는 ‘테니스 가문’의 둘째 아들이다.
2006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주니어 대회인 오렌지볼과 에디 허 인터내셔널 12세부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2011년에는 오렌지볼 16세부 우승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만 17세였던 2013년에는 퓨처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정현은 2014년에는 퓨처스보다 한 계단 높은 등급의 대회인 챌린저 대회까지 제패했다.
또 챌린저급 선수로 시작한 2015년에는 시즌 도중 챌린저보다 또 한 단계 위의 투어급 선수로 발돋움하면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에서 준우승하며 국내 테니스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린 정현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금메달,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단식 금메달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18일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 지난해 12월30일 출국한 정현은 출국 전 인터뷰에서 “2016년에는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순위로는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는 말에 “순위를 잘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올림픽 출전은 올해 6월6일 자 순위를 기준으로 상위 56명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나라에서 단식에는 최대 4명의 선수까지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략 70위 정도까지는 본선에 자력으로 나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 랭킹은 최근 1년간 성적을 바탕으로 정하는데 정현은 지난해 초에는 챌린저급 대회에서 뛰었지만 올해는 그보다 수준이 높은 투어 대회 위주로 출전하기 때문에 랭킹 포인트를 지켜내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투어급 대회에서 몇 차례 승리를 거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챌린저급 대회에서 벌어놓은 랭킹 포인트는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형택이 세운 기록인 세계 랭킹 36위, 메이저 대회 16강 기록에 도전하는 정현이 이형택의 뒤를 이어 올림픽 본선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또 이형택이 오르지 못한 올림픽 본선 3회전 진출까지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국내 팬들의 시선이 올여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테니스코트를 향하게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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