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너와 나의 연결고리, 정(情)
대학생칼럼-너와 나의 연결고리, 정(情)
  • 경남일보
  • 승인 2016.01.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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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하 (경남과학기술대 신문사 편집국장)
한국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정(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특이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단어부터 ‘우리’ 나라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남이 아파하면 같이 아파해주고 남이 눈물을 흘리면 같이 눈물을 흘려준다. 자신과 조금이라도 연결고리가 생기면 그냥은 못 보내주는, 이렇게 남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처럼 공감하며 타인을 위해주는 마음이 바로 한국인의 정이 아닐까.

그런데 말이다. 이 ‘정(情)’이라는 것을 너무 이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많은 매체에서 이 ‘정’이라는 것을 이용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중에서도 과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언제부턴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꼭 한번 나오는 장면이 있다. 과거에 가정이 불우했고 몸이 아팠고 병이 있었고 지금 어디가 불편하다는 그런 장면 말이다. 별로 큰 영향은 없을 것 같지만 같은 실력의 경쟁자가 있으면 조금 더 불쌍한 사람을 뽑게 되는 게 한국인이 말하는 ‘정’이다.

솔직한 내 생각을 말하자면 저런 모습은 정정당당하게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자리에서 ‘사실 나는 너랑 실력차이는 없지만 내가 더 불쌍하니까 날 뽑아줘’라고 하는 것만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얼마 전 가족 간의 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증을 쓴 아내 탓에 17억원의 빚을 떠안은 방송인 김구라의 모습만 봐도 한국 특유의 정서인 ‘정’을 노려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참 특이한 나라인 게 이 ‘정’이라는 주변사람과의 정신적인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절대적인 평가가 아닌 ‘정’이라는 잣대를 통해 상대적인 평가를 한다. 어떤 사람이 큰 잘못을 저질렀어도 그 사람에게 불우한 사정이 있으면 ‘불쌍한데 용서해주자’라는 식의 말도 서슴없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 사정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정’이라는 게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 ‘정’이라는 감정에 팔려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통령까지 ‘정’으로 뽑는다. ‘진짜…, 너무 불쌍해서’라며 말이다. ‘정’도 좋지만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정’을 통해서만 보려고 하지 말고 ‘정’에 휘둘리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재하 (경남과학기술대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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