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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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6.01.2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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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50년 전에만 해도 한겨울밤 진주 칠암벌에선 남강이 얼어붙는 굉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엄청난 소리에 놀라면 어른들은 강물이 어는 소리라며 다음 날 아침의 추위를 걱정하곤 했다. 남강 빨래터가 얼어붙으면 아낙들은 얼음을 깨고 언 손을 후후 불어가며 빨래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5월이 가까워 올 때까지 지리산은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모습이었고, 산간오지 사람들은 겨우내 눈 속에 갇히기 일쑤였다. 남강의 얼음을 잘라 보관해 여름철 빙과류를 만들어 먹을 만큼 물은 깨끗했고, 그래서인지 강물은 두텁게 얼었다.

▶지구촌이 겨울 한파와 폭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행기와 배편이 막히고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며칠새 내린 눈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서부경남도 눈과 함께 불어닥친 한파로 일상이 예사롭지 않다. 눈도 적당히 내려야 아름다운 법이다

▶풍경을 덮어 버리는 그 유달리 흰 빛이 밉살스럽다. 게다가 차가워 생명을 거부한다. 눈이 생명을 보호한다지만 그것은 눈을 녹이고서야 가능한 것이다.(앙드레 지이드/지상의 양식) 그렇다. 눈을 감상하고 즐기기엔 지금이 너무 삭막하다. 눈이 재난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봄은 눈 속을 헤집고 파랗게 돋아나는 봄나물과 함께 온다. 매화향도 이제 곧 코끝을 자극할 것이다. 봄이 머지않았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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