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드론 킬러의 등장
[객원칼럼] 드론 킬러의 등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01.2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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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라이트형제가 1903년 비행의 꿈을 실현한 지도 한 세기가 훌쩍 지났다. 라이트형제 이전에도 기구나 비행선처럼 부력을 이용한 방식의 비행이나 글라이더처럼 양력을 이용하나 동력기관이 없어 지속적인 비행은 불가능한 수준의 비행은 있었다. 하지만 라이트형제의 Flyer I호는 지구촌 시대를 가능하게 한 유인동력 비행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당시 인류 최초의 유인동력 비행을 실현하고자 라이트형제와 경쟁했던 인물 중에 사무엘 랭글리(Samuel P. Langley)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랭글리 박사는 Aerodrome이라 명명한 무인 항공기를 개발해 1896년 No.6 모델로 4200피트(약 1280m) 거리의 비행기록을 달성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개발비를 지원받았으나 계속된 실패로 유인동력 비행 성공은 라이트형제에게 그 타이틀을 빼앗기게 된다. 당시로서는 랭글리 박사가 개발에 성공한 무인 항공기 자체의 효용성은 없었으므로 이후 랭글리라는 이름은 역사 속에서 잊히게 됐다. 현재 그의 이름은 미 항공우주국 NASA의 LaRC(Langley Research Center) 연구소 이름에서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라이트형제의 유인 항공기는 비행에 대한 순수한 꿈과 도전으로 만들어졌지만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을 거치며 전쟁무기로 활용된다. 전쟁 초기에는 비행기 성능이 미약해 정찰임무를 수행하는데 그쳤지만 전쟁무기로서의 중요성을 인지한 선도 국가들은 전쟁 중에도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 폭격기 전투기 수송기 등 다양한 임무를 위한 기술개발을 급속도로 이뤄냈다.

최근 무인 항공기 드론을 격추시키기 위한 드론 킬러(Drone Killer)의 개발 소식은 정확히 한 세기의 시차를 두고 유인 항공기가 급속도로 발전하던 1, 2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기 발달사의 데자뷰를 느끼게 한다. 불과 10년 전 비행 가능한 수준에서 현재는 항공 촬영용 드론이 이미 보편화됐으며 몇 년 전부터는 운송용 드론이 개발돼 물류시스템의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급기야 드론의 폭발적인 보급과 이로부터 예상되는 보안이나 안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경찰역할을 수행할 드론 킬러의 개발이 시작됐다. 그물망을 이용해 포획하는 방식으로 격추시키거나, 사드 미사일처럼 발진해 마치 요격하듯 충돌하는 방식, 특정 전자부품에 영향을 주는 주파수를 발생시켜 교란시키는 방법 등 여러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랭글리 박사의 무인 항공기 Aerodrome은 그리스어로 ‘공기 중을 달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현대의 드론(Drone)은 그 철자가 유사하나 벌 등이 ‘윙윙거리는 소리’로부터 명명됐다. 드론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여러 개의 프로펠러를 가진 멀티콥터 형태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의미와 이름 지어진 이유는 다르지만 랭글리 박사의 무인 항공기의 이름이 Aerodrome이었다는 사실은 현대의 무인 항공기를 개발하는 필자에게는 상징적인 데자뷰를 느끼게 한다.
 
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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