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누리과정과 출산정책
[경일포럼] 누리과정과 출산정책
  • 경남일보
  • 승인 2016.01.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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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학부모의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유아에게 보편적 복지로 제공하는 교육·보육과정인 누리과정은 2012년 3월 5세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에 들어간 후 이듬해부터 3~4세까지 확대됐다. 공립유치원은 1인당 월 11만원,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운영지원비(22만원)와 방과후 활동비(7만원) 등 1인당 월 29만원을 지원한다. 누리과정에 소요되는 예산은 2016년도 기준으로 유치원에 1조 9천억 원, 어린이집에 약 2조 천원으로 총 약 4조원이다. 누리과정의 재원부담은 2012년 도입 당시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해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원래부터 지방재정에 포함된 것이므로 중앙정부에서 예산전액을 새로 편성해 부담해야 한다’는 일부 지자체에서의 주장에서 비롯된다. 이유인즉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에서 “0~5세 영유아의 보육과 육아는 국가가 책임지겠다”라고 한데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교부금 명목으로 중앙정부에서 지방교육청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정부의 몫이다”라 하고 지방교육청은 “중앙정부에서 따로 계상하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부와 지방교육청 간 정치적 힘겨루기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트지는 격’으로 사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직격탄을 맞아 보육교사에 대한 월급도 지급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결국 보육대란이 터지고 만 것이다.

이번 누리과정 대란을 계기로 치킨게임에 앞서 개념정립부터해야 한다. 이는 어린이 보육을 통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이며 초저출산 기준선인 1.3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1.26명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 대두되고 있는 핵심문제 중 하나는 바로 고령화와 저출산율이다. 특히 저출산율은 국가의 미래를 가늠하는 위협적인 요소로서 많은 나라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잠재성장률이 2.7%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2006년부터 10년 동안 저출산정책에 82조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10년째 출산율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출산정책이 실패하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출산과 양육에 대한 정부정책과 사회적 여건개선이 시급한 것이다. 즉 출산과 양육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 제도로 가야하고 사회적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를 역행하고 있다. 즉 다자녀 출산 장려정책을 펴야함에도 오히려 2015년부터 다자녀가구에 대한 소득공제를 축소했다. 뿐만 아니라 임신·출산에 대한 의료비 지원도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전액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고운맘 카드로 50만원 정도의 지원에 머물고 있다. 또한 난임치료의 경우 3회까지만 일부 지원할 뿐 그것도 전국가구 월평균소득 150% 이하 자에만 지원한다니 ‘출산 역주행’ 논란을 낳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결과이다.

다른 복지사업은 보편적 복지를 내세워 무상급식과 청년수당을 지급하면서 국가 미래를 위해 당연한 사업인 출산장려정책을 외면하는 것은 자가당착적 현상이다. 따라서 쓸데없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말고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경남은 누리과정의 예산을 교육청에 맡기지 않고 도에서 직접 예산을 편성해 보육대란의 ‘무풍지대’로 만들었다. 이와 같은 운영의 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가의 미래가 좌우되는 출산·보육 장려정책을 지혜롭게 펴나가야 할 것이다.
 
이웅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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