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진양호 물이 다 기름이라 해도”
[현장칼럼] “진양호 물이 다 기름이라 해도”
  • 경남일보
  • 승인 2016.01.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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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
“진양호물이 다 기름이라도 이 차들을 감당하지 못할 낀대, 기름이 올매나 많길래 이 많은 차들이 한꺼번에 나왔을까 !”

서울행 고속도로가 막혀 30여분 동안 차가 옴짝달싹 못하자 물끄러미 차창 밖을 내다보고 있던 지인 A씨의 어머니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A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매년 추석과 설 명절을 쇠러 서울에 간다. 그의 형 집이 있는 서울로 역귀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역귀성까지 차가 밀린다. 10원짜리 허투루 쓰는 법이 없는 A씨의 어머니로서는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공연히 도로 위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기름을 낭비하는 것이 아까웠던 것이다.

그렇다. 도대체 지구 땅속에 검은 진주로 불리는 이 석유가 얼마나 매장돼 있을까. 그리고 정점은 언제이고 몇 년을 더 캐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다. 석유는 1856년 처음 생산됐다. 이후 100년만인 1956년 지질학자 킹 허버트가 미국의 석유생산이 1965∼1971년에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할 것이다고 했다. 이 종(鐘)모양의 곡선을 그의 이름을 따 ‘허버트의 정점’이라 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석유 생산량은 이미 1970년에 정점을 찍어, 지금은 46년이 지났으니 고갈단계다. 그래서 유가가 치솟아 대부분 자동차는 운행 중단되고, 생산성이 떨어진 공장은 멈춰야 하며, 비행기와 선박은 발이 묶여야 옳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자동차는 도로에 넘치고, 공장도 탄소배출량을 걱정해야 하며, 비행기와 선박은 규모와 속도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웬일인지 석유생산량은 고무줄처럼 늘어났고, 매장량도 늘어 인류가 석유의존가능 시기도 2068년 이후로 밀려났다.

실제 영국국영석유회사는 2014년 기준 전 세계 석유의 확인매장량을 1조7000억 배럴로 봤다. 연간 생산량 324억 배럴을 계산하면 앞으로 52년 동안 석유가 나온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 2007년 매장량 1조2380억 배럴로 42년 동안 석유를 캐낼수 있다고 발표했던 것보다 오히려 10년이 더 늘어난 수치다. 심지어 미 지질조사소는 지난 2000년, 석유 매장량을 3조 배럴로 추정했다.

새로운 유전발견으로 매장량이 늘었고, 기존 경제성 없던 유전도 기술이 발전해 추출 가능한 석유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란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가 풀려 석유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매장량은 늘어나고 유가는 계속 떨어지기만 할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어느 시점 조정단계를 거치면 매장량은 줄기 마련이고 세계유가는 재상승할 것이다. 그때는 인류가 감당하기 어려운 국면까지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은 석유의 매장량을 별의 일생에 비유해, 별의 소멸단계인 적색거성처럼 부풀어지는 불안정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견해다.

그렇다고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철과 청동 석탄 석유 등 새로운 에너지에 개발에 직면하고 도전해 왔다. 앞으로 또 태양열 수소 전기 등 새로운 에너지가 석유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그렇게 해왔고 또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의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 대한 대비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A씨 어머니의 걱정대로 진양호 물 전체가 기름이라 해도 허투루 쓰면 바닥나는 건 순식간일 테니까.
 
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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