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WooRi, 하시마(군함도)섬 현장 답사 그 이후…
[객원칼럼] WooRi, 하시마(군함도)섬 현장 답사 그 이후…
  • 경남일보
  • 승인 2016.01.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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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램 (창원대학교 예술대 교수)
나가사키의 기후조건은 지난해 12월 17일 예정되어 있던 현장답사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강한 비바람 때문이었다. 다음날 WooRi 일행(창원대학교 교수, 학생 총 26명)은 다행히 하시마 섬에 접근 할 수 있었다. 섬에 다가갈수록 모두의 얼굴 표정은 굳어졌으며 어두워졌다. 가는 도중 오른쪽으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미쯔비시 공장들이었다. 미쯔비시 회사?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우리 눈앞에 있는 저 공장들은 기계, 군수품, 선박 등을 생산하면서 제국주의를 본격화하며 메이지 정부와 손잡고 군수 산업의 모체가 되면서 2차대전 당시 군수 물자를 조달해주면서 일본의 근대화와 맥을 같이 한 회사다.

그 그늘에 조선인 강제징용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일본은 근대화의 상징으로 화려한 세계 문화유산으로 하시마 섬 전체를 관광지로 포장하였다.(하시마 섬 전체가 아닌 방파제 단 하나만 메이지시대 것으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현장에 도착하자 안내원이 무언가 쫓기는 듯 우리에게 관광할 수 있는 한정된 장소를 알려주며 시간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하였다.

그들은 한국인의 눈치를 살피면서 해저탄광이 호황을 누렸던 1930년대의 화려했던 생활(당시는 생활비가 10엔 밖에 들지 않았고 아파트, 학교, 병원, 영화관, 최초의 콘크리트 건물, 심지어 건물 옥상에는 수영장이 있었다는 등등)을 자랑하자 함께한 일본인들은 환호성을 질러대며 박수를 쳤다.

홍보 안내 책자 어느 한 구절도 그 섬 해저탄광의 강제노역에 시달렸다는 조선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보여주는 장소도 한정이 되어 있었으며, 조선인이 머물렀던 아파트는 아예 보여 주지도 않았다. 저 멀리 조선인 징용자들이 머물렀던 고층의 건물에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거의 폐허가 되어 쓰러져 가는 유령 섬처럼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많은 혼들이 억울하게 죽었으니….

1시간도 채 되기 전에 재촉하는 안내원의 지시로 사진 몇 장과 함께 발을 돌려야하는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우리가 현장에서 찾았던 유네스코 권고 사항은 찾지 못하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WooRi 단체는 이 사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 알리고자 작업 중이다. 그리고 2015년 12월 27일 부산대학교에 초청 방한한 한 일본인 양심가의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군함도의 시설 가운데 일본이 메이지시대의 산업혁명 유산인 것은 방파제 단 하나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가 군함도를 산업혁명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시킨 것은 강제징용으로 얼룩진 섬의 역사를 왜곡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일본인으로서 정말 부끄럽다.”, “유네스코의 권고대로 일본 정부가 강제 징용 등의 역사를 알리는 홍보물, 홍보센터를 만들지 않는다면 군함도의 유네스코 등재를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한 나카자네 야스노리 교수(현,나가사키대학 명예교수, 나가사키 평화관 이사장)의 발언은 우리가 현장에서 본 사실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의 용기에 고마움을 느낀다.

그가 말한 유네스코 권고 이행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우선은 나부터 우리가족, 우리주변, 우리 대학 구성원, 학생, 교수, 시민, 모두가 이 일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강바램 (창원대학교 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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