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의 행복
밥의 행복
  • 경남일보
  • 승인 2016.02.2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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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달연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
최달연

농부의 손길을 여든여덟 번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쌀은 곡식 한낱 의미를 뛰어넘어 한 톨 한 톨 생명이 깃든 것이다. 이 쌀로 만들어진 인류의 으뜸 양식인 밥은 바로 우리의 삶을 이어 가는 생명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 우리의 삶과 역사, 문화 속에 깊숙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쌀은 세계적으로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안전한 곡식으로 평가 되고 있지만, 우리가 날마다 먹는 밥은 공기와 같이 평소에는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을 숨기면서 늘 우리 곁에 있어서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기 쉽다.

식량이 부족해 밥 한 번 배불리 먹어봤으면 좋겠다고 갈망하던 보릿고개 시절에는 평생 쌀 서말을 못먹는다고 할 정도로 애타게 그리운 밥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인들은 더는 밥심으로 살거나 밥을 보약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흰 쌀밥은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느니, 또는 많이 먹으면 당뇨병과 대사질환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 식품 정도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따뜻한 밥을 집에서 손수 지어 먹어야 한다는 전통적 음식 문화도 변모하고 있다. 그래서 배부른 밥이 아니라 편리한 밥, 간편한 밥, 건강한 밥을 원하고 있다. 더구나 요즘 어린이들은 햄버거나 라면, 피자 같은 것들만 좋아해서 밥의 소중함을 알기가 더 어렵고 이런 식습관의 변화로 쌀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은 쌀은 62.9㎏이다. 10년 전 80㎏에 비해 17㎏이나 감소했다.

식사는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로 한 끼를 간단히 해결할 수도 있다. 도시의 젊은 주부들은 아침에 남편과 아이를 보내고 카페에 모여 브런치로 우아하게 모닝커피와 빵과 샐러드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세련된 사교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한 끼 식사의 종류와 방법도 여러 가지 있지만, 상대방을 생각하며 정성으로 지은 밥과 찬에 비할 수 있을까? 일주일에 며칠만이라도 가족을 위해, 맛있고 영양 있는 밥상을 차릴 때 느껴지는 행복감에 빠져 보자. 지지고 볶는 고소한 내음과 짤랑거리는 수저 소리도 행복의 하모니로 연주 되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밥을 먹으며 그간의 얘기, 속 깊은 얘기들이 오가다 보면 어느새, 하나라는 일체감이 후식처럼 또 양식으로 채워 줄 것이다. 난 오늘도 내일도 이국만리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걸 물어보지 않아도 모든 걸 다 물어보는 안부를 전할 것이다. 밥은 먹었냐고~

최달연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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