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아기
마당에 나온 아기
엄마를 향해
아장아장 걸어서 온다
프랑스어로 봄은 쁘렝땅(Printemps)이다. ‘새싹이 피어나는 시기’라는 어원으로, 다른 계절의 앞에는 전치사 엉(En)이 붙는 반면 유독 봄 앞에만 오(Au)가 붙는다고 한다. ‘오 쁘렝땅!’ 우리말로 오 봄이로구나! 라는 감탄사로 보면 되겠다. 이토록 생명의 탄생은 경이롭다. 더군다나 노란 꽃술에 향기를 담아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아기의 웃음은 더욱 그러하다. 저절로 미소 짓게 하는 행복의 이모티콘 같다. 그러니 겨우내 미로 같은 물관을 따라 허공에 첫발을 내디딘 저 아기에게 어찌 감탄을 주저할 수 있겠는가. 굳게 닫혀 있던 창을 열 때다. 움츠렸던 맘의 문도 슬며시 열어볼 일이다. 여보게, 꽃들이 까르르 지천으로 몰려오는 길목에 서서 두 팔 벌려 외쳐보지 않겠는가. “오 쁘렝땅!”/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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