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봄동과 냉이'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봄동과 냉이'
  •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 승인 2016.03.19 0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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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대지의 싱싱한 봄선물이 향긋

[냉이된장찌개 레시피 영상] https://youtu.be/uWV-vyAjWcE

2주만에 다시 찾은 현원당에는 수선화가 피었다. 아침손님이 막 떠난 듯 ‘촉차’의 여운이 남은 다도교육실에 오늘의 주인공 ‘봄동’ 한소쿠리가 초록빛을 한껏 품어내고 있다. 싱싱한 채소가 부족한 겨울식단을 깨워주는 ‘봄동’과 ‘냉이’가 이번주 현숙씨 식탁의 주인공이다.


부드러운 원추리에 뿌리까지 먹는 냉이까지, 쌉싸롬한 맛부터 향긋하고 달콤한 맛의 다양한 봄나물이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굳이 장날을 챙겨나가지 않아도 쑥 한소쿠리, 달래 한웅큼이 채소전 좌판에서부터 입맛을 돋운다. 봄에 나는 제철나물들은 겨우내 김치로 채워온 녹색 채소의 빈틈을 야무지게 채워준다. 비타민은 물론 칼슘과 아미노산, 사포닌, 철분 등 육류 부럽지 않은 영양분까지 듬뿍 품고 있다. 영양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봄나물들이 제각각 품어내는 향기는 평범한 밥상에 봄기운을 전해주는 향신료다.

 

▲ 봄동베이컨말이와 냉이된장찌개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행복한 밥상. 마당에서 잘라온 매화 한 가지가 봄 식탁의 분위기를 살린다.


오늘의 주인공 봄동은 배추와 비슷한 채소다. 봄동은 초록빛 짙은 너른 겉잎부터 작은 속잎까지 활짝 펼쳐져 자란다. 배추보다 뻣뻣하지만 수분이 많아 아삭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잎을 뒤집어보면 잎맥이 골판지 같이 돋아난 섬유질도 풍부한 채소다. 봄동은 찬 성질이 있어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더욱 좋다고 한다. 봄 식탁에 봄동무침 한번 오르지 않고 지나가기란 쉽지 않다. 오늘은 현숙씨의 신선한 레시피가 봄동을 호출한다. 손쉽게 뚝딱 부쳐낸 봄동전, 버섯과 소고기로 속을 채운 봄동을 베이컨으로 돌돌만 봄동베이컨말이가 독특하다. 찹쌀가루를 섞은 반죽을 발라 부쳐낸 봄동전은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노릇하게 익은 베이컨 속에 쇠고기와 버섯, 봄동잎이 김밥처럼 채워넣은 봄동베이컨말이는 채소 안먹겠다는 아이들에게도 안성마춤인 봄동요리다.

기름발라 고소하게 부쳐낸 봄동요리에 담백한 된장국을 곁들인다. 아직은 황량한 텃밭으로 내려간 현숙씨가 호미질을 몇번 하니 냉이가 쑥 뽑혀나왔다. 텅빈것 같은 밭에도 여기저기 아지랑이처럼 핀 냉이꽃이 배고픈 벌떼를 유혹하고 있었다. 봄동처럼 바닥에 바짝 붙어서 잎을 펼친 냉이는 짙은 초록빛의 잎무더기에서 쑥 자라나온 꽃대에 하얀 꽃이 핀다. 호미로 캐보면 10㎝쯤의 뿌리는 땅속으로 곧게 뻗어 잔뿌리가 무성하다. 냉이는 꽃부터 뿌리까지 모두 먹을 수 있다. 겨우내 내버려둔 밭에서 뽑아낸 냉이는 싱싱하다 못해 억세게도 생겼다.


“생긴건 이래도 향이 더 강하고 좋다”는 현숙씨가 갓 캔 냉이를 꽃부터 뿌리까지 통째로 씻어 두어조각으로 찢어놓으니 된장찌개에 들어갈 준비가 끝났다. 집에 있는 채소들에 밭에서 금방 캐온 냉이, 집된장 한숟갈이면 냉이된장찌개도 금방이다. 호박이니, 양파, 버섯 등을 챙겨 넣고, 조갯살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된장찌개에도 고추가루가 들어가야 얼큰한 국물맛을 낼 수 있다. 냉이에 으깬 두부를 버무려 넣는 것도 현숙씨의 독특한 방법이었다. 두부에 생콩가루를 섞고 발효콩까지 넣은 ‘콩의 합작품’ 된장찌개에는 냉이가 실어온 봄향기가 향긋하다.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 냉장고를 탈탈 털어 채소들을 썰어넣어 끓이면 되는 된장찌개는 냉이 한웅큼으로 최고의 요리가 된다.


냉이된장찌개 따라잡기

된장찌개는 팔방미인 육수에 집된장을 크게 한 숟갈 풀어넣고 냉장고 속 채소들을 몽땅 털어넣는다. 호박, 양파, 파, 양송이나 다른 버섯도 좋다. 고춧가루를 크게 한 숟갈, 마늘도 5~6개 슬라이스해 해서 넣는다. 된장이 보글보글 끓는동안 두부 반모와 생콩가루 한숟갈을 준비한다. 두부는 모양내 썰지 않고 으깨서 냉이와 함께 버무렸다. 두부와 냉이 무친 것을 넣고 한소큼 끓이면 냉이된장찌개는 완성이다. 현숙씨는 여기에 관자를 함께 넣었다. 조개살이 있으면 그것도 좋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발효콩 한 숟갈. 일반적으로 구하기는 어렵지만 진한 맛을 더해주는 현숙씨만의 팁이다. 재료를 다 넣은 된장은 10분 정도 끓이면 된다. 생콩가루를 넣은 된장찌개는 자주 뚜껑을 열었다간 비린맛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

 
▲ 고소하고 부드러운 봄동전은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밀전병같은 봄동전

찹쌀가루와 밀가루를 1:3으로 섞는다. 팔방미인 육수로 반죽을 뻑뻑할 정도로 개서 봄동잎에 발라준다. 반죽에 간장을 조금 넣어주면 장을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다. 달군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반죽을 바른 봄동잎을 한장씩 펼쳐놓는다. 힘쎈 겉잎도 열기가 더해지면 제풀에 팬 위로 눕는다. 납작해진 봄동잎을 뒤집어가며 노릇하게 익힌다. 바삭하게 익은 반죽을 씹으면 부드러운 식감의 봄동전에서 달콤한 맛이 배어나온다.

 
▲ 봄동베이컨말이는 채소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도 딱 맞는 봄동요리다.



눈도 입도 만족, 봄동 베이컨말이

소고기 안심 400g을 고기양념장에 재워둔다. 고기양념장은 사과와 배 각각 4분의1쪽을 갈고, 양파도 4분1쪽 정도, 마늘 2알을 찧어넣고, 간장은 국간장과 진간장, 꿀을 각각 1TS, 후추와 참기름은 적당량을 넣는다. 냉장보관한 고기는 요리하기 30분 전쯤에 꺼내두는 것이 좋다.

양념고기는 팬에 익혀서 따로 접시에 둔다. 불린 표고버섯을 채썰어 기름 두르지 않은 팬에 살짝 익힌다. 양념고기는 표고버섯과 비슷한 크기로 자른다.

베이컨을 길게 펼쳐놓고, 봄동의 초록색 잎부분을 잘라 한쪽끝에 놓는다. 여기에 양념고기와 버섯을 김밥속처럼 놓고 베이컨을 돌돌말아 꼬치로 고정해둔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중불로 준비된 베이컨말이를 굴려가며 노릇하게 굽는다. 익히고 나면 꼬치를 뽑아도 벌어지지 않아 한입크기로 잘라 내면 된다. 베이컨과 고기에 간이 배여 있으므로 양념장은 필요하지 않다.

 
▲ 현숙씨가 아직은 황량한 텃밭에서 냉이를 캐고 있다.
▲ 현숙씨의 부군 류행수씨가 밭갈이에 나선 집 앞 텃밭에는 감자를 심을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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