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세계수준의 대학 발전을 기대하며
[경일시론] 세계수준의 대학 발전을 기대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16.03.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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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대학 캠퍼스가 또 한 번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신입생들이 입학했고 새 학기 강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새봄의 환희가 가득해야 할 대학 캠퍼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울하다. 대학인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매우 차갑기만 하다.

대학 입학 연령층의 급속한 감소로 대학교육의 생태계가 회복 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이 위기를 우리 대학교육의 수준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의 눈총도 따갑다. 그동안 정부는 출산율 저하가 교육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대학 설립 허가를 남발함으로써 오늘의 문제를 야기한 측면이 있다. 교육부 교육통계연보에 의하면 1994년 131개였던 전국의 4년제 정규 대학 수는 불과 20년 후인 2015년 현재 185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4년제 대학 재학생은 113만 명에서 212만 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당시 교육부의 대학교육 철학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규제를 좋아하는 교육부가 무슨 이유로 대학 설립허가에 그렇게 너그러웠는지도 알 길이 없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자의 한마디 해명도 없이 무차별한 구조개혁에 내몰리고 있는 대학의 입장은 그야말로 황당할 뿐이다.

더 이상 과거의 책임 소재에 집착하고 싶지 않다. 현재와 미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대학교육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한 교육 생태계의 와해와 전체 대학교육의 수준 하락에 대응하는 동안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연구와 교육에 몰두해온 대부분의 대학과 그 구성원들의 의욕과 사기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가 대학에 묻고 있다. 왜 우리 대학 중에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적인 대학이 없느냐고. 왜 우리 대학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느냐고. 우리 대학들은 국내에서의 성과와 명성에 안주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이러한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대학 상황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지금 대학은 전쟁터이고 교수와 학생은 무한경쟁의 전사들이다. 연구실에서 쏟아내는 연구 성과가 우리 학문의 격을 글로벌 무대로 올려놓고 있다. 특히 열악한 연구 환경과 취약한 지역 여건 속에서 연구와 교육에 분투하는 교수들의 선전은 실로 눈물겹다.

지역 국립대학의 구조개혁 방안을 보면 지역 및 대학의 상황, 학문 및 학과의 특성, 그리고 국립대학의 역할을 무시한 산술적이고 획일적인 정원 감축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국내 대학교육 생태계 변화를 빌미로 학문과 인재 육성의 글로벌 경쟁력을 포기한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제 대학은 연구의 수월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 수준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아시아, 아프리카를 비롯한 구미의 우수한 학생들도 앞다퉈 우리 대학 캠퍼스를 찾아올 미래를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지역 국립대학은 학문 및 분야별 특성과 지역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무차별한 구조조정을 지양하고,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대학 구성원들과 지역사회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더 이상의 획일적인 대학 규제는 하지 말아야 한다. 지역 국립대학의 역할과 사명을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장기적인 대학교육의 비전과 전략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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