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운동의 발상지, 진주
형평운동의 발상지, 진주
  • 경남일보
  • 승인 2016.03.2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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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희 (시인·한국시조문학관 사무국장)
손영희

충청도가 고향인 내게 진주는 제2의 고향이다. 타지로 외유를 떠났던 7년을 빼면 거의 30년을 진주에 살았으니 진주사람이 틀림없다. 진주는 살기 좋은 곳,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다. 왜 그럴까, 가끔 생각해 본다. 물론 오래 살아서 정이 들었기 때문이지만 꼭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진주는 전통 깊은 도시다. 진주민란과 갑오농민운동, 논개의 충절 등 정신적 문화유산이 그 어느 곳보다 많다. 개천예술제만 해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등축제가 있고 개천예술제 백일장은 전국의 유명한 문인들을 여럿 배출하기도 했다. 3·1운동 당시에는 걸인과 기생들이 한목소리로 독립운동에 참여해 횃불시위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유교적 사고방식이 뿌리 깊어서 타지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면이 없지 않은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석류공원 새벼리 길섶에 백촌 강상호 묘소가 있다. 그곳이 인권운동의 시초가 되었던, 형평운동을 처음 일으킨 사람의 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는 1924년 4월24일 진주 청년회관에서 형평사를 조직하고 백정해방운동을 시작했다. 백정들을 모아놓고 ‘인간은 저울처럼 평등하다’고 외쳤다.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아온 천민계급을 불평등으로부터 구제해낸 인권운동을 시작함으로써 또 하나의 진주정신을 창조해낸 것이다.

“아등(我等)의 계급을 타파하고 모욕적 칭호를 폐지하며, 교육을 장려하고, 참다운 인간이 되는 것을 기하는 것”이라고 외치며 “백정들의 생활을 개선시키지 않고 한 인간으로 사는 것이 위선이며 식민지 상황에서 조선인들끼리 차별하고 탄압하는 것은 결국 일본의 식민통치를 돕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호소하였다.

이 형평운동이야말로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 평등’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일깨우는 것이며 우리 역사상 평등사회를 이룩하려는 대표적인 인권운동의 시초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진주시와 형평문학선양사업회에서는 2014년부터 형평문학제를 개최하고 있다. 형평운동을 널리 알리고 문학적으로 고취시키자는 취지에서다. 또 강상호 묘역 주변을 형평운동 기념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자랑할 것이 많은 진주, 정신적 문화유산이 많은 도시, 여전히 진주에 살고 싶은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손영희 (시인·한국시조문학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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