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기 위한 여행
돌아오기 위한 여행
  • 경남일보
  • 승인 2016.03.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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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련 (창원명지여자고등학교 교감)
서행련

얼마 전 읽었던 틱낫한의 글에, 사람이 죽으면 이생에 만났던 영혼들이 전부 한자리에 모인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삶에서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돌아다보며 한바탕 배꼽을 잡고 웃는단다. 자신들이 너무 “심각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삶이 하나의 즐거운 놀이이며, 지구라는 별에 잠시 여행을 온 것인데 그것을 잊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집착하면서 영원히 살 것처럼 그렇게 너무 심각했다는 것이다.

인생이란 긴 여행에서 우리는 온갖 일들을 만나게 되지만, 너무 현실에 빠져 스스로 해결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일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여행은 버킷리스트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다. 마음이 어수선해질 때 버리고 정돈하기에 여행만큼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왜 이렇게 여행을 꿈꾸며, 때로는 혼자서도 훌쩍 떠나는 것일까?

결국은 제 자리에 있는 것들을 더 사랑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들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닐까….

얼마전 딸아이와 여행길에 올랐다.

8월의 뉴질랜드는 겨울이었다.

북반구인 우리나라와 대치되는 남극의 뉴질랜드에서 딸과 함께 숙소를 정하고 조금 걸으니 도서관이 보였다.

토요일인데도 도서관은 붐볐다.

우리는 ‘외국도서편’으로 가서 한글로 된 책을 찾았다.

그때 열하일기가 눈에 띄었다. 19세기말 사신으로 청나라를 다녀 온 연암 박지원 선생의 책이었다. 한국에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읽다만 책을, 먼 이국땅에서 나는 아끼고 아끼며 읽었다.

‘말을 타고 국경의 강을 건너며 어둠속에서 오로지 물소리에만 의지했던 순간이 영원처럼 길었노라’는 표현에서 이국 땅의 외로움과 긴장감을 소롯이 느낄 수 있었다.

긴 여행은 아니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으로 나온 참치비빔밥을 깔끔히 다 먹으며 생각했다.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가는데 이것저것 걱정할 것이 뭐 있을까?

나는 벌써 한국의 풍광들을 그리워하며, 어쩌면 지겹게만 느꼈던 그 일상 속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어졌던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화사한 봄꽃을 핑계 삼아 ‘돌아오기 위한 여행’을 떠나 보자!

서행련 (창원명지여자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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