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타인의 기억을 지우는 행위
[경일칼럼] 타인의 기억을 지우는 행위
  • 경남일보
  • 승인 2016.03.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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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램 (창원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우리 인간들은 이 세상에 태어날 당시는 본능적인 욕구만을 원하는 동물적 상태에 있다. 그러나 성장할수록 학습에 의해 좋은 것과 나쁜 것, 좋은 일과 나쁜 일,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을 판단하게 되면서 사회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학습에 의해 좋은 것, 좋은 일, 좋은 행동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문화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해주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문화가 없다면 인간도 동물과 다름없다. 우리는 누구나 야만인이 아닌 문화인으로 살기를 원한다. 문화의 발전은 지혜로운 삶의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문화는 어느 한 개인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공유할 수 있는 집단이나 공동체에서만 이뤄지며 인간에 의해 학습되고, 공유되며, 전승되는 것이다. 시작은 창조적 재능을 가진 한 개인에게서 시작되지만 누리는 것은 공동체 집단인 것이다. 예술의 역할이 바로 이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인간사고 문화의 대표적인 표상이 예술이다. 이것이 뒷받침하지 않은 문화생활은 어디에도 없다. 창조성에 근거를 둔 예술은 인간의 정신문화 세계의 번영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필수요인인 것이다. 인간의 행위와 사고에 미치는 예술의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환경개선을 목표로 하는 공공성을 등에 엎고 사회전반으로 확산,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구성과 공동체의 가치실현에 목적을 둔 공공미술(환경조형물)은 단순한 미적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주민들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그 목표이며, 일상의 삶터인 생활공간을 시민의 참여자가 보장되는 한에서 설치되는 지역의 주민이 그 주체가 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런데 2000년 7월에 준공된 어느 복합상가에 설치된 미술 조형물이 폐기된 사건이 있었다. 환경조형물인 이 공공미술품은 개인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화생활의 번영과 사유할 수 있는 정신세계의 성장을 위해 지역성, 장소성, 예술성, 창의성을 고려해 창원시의 심의를 거쳐 설치된 작품이다. 거액(1억6000여만원)을 들여 만들어진 조형물을 고철로 처리해 헐값(110만원)으로 고물상에 팔렸다.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 상황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작품을 고철로 폐기한 카페주인은 문화인으로서의 삶이 아닌 문화인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행위를 한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타고난 재능을 적성으로 유년시절부터 고교, 대학, 유학을 거쳐 60여 평생을 그의 정신세계를 위해 예술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그것이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시키며 감성의 양도이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새로운 미술역사를 위해 후배양성에 많은 예술인들과 함께 힘을 보태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예술가들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이자 존재의 이유이다.

현 시대의 대세가 커피점의 테라스를 원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한 작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폐기한 카페주인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으며, 용납돼서도 안 되는 행위를 한 것이다.
 
강바램 (창원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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