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망덕포구의 서시’
‘섬진강 망덕포구의 서시’
  • 최창민
  • 승인 2016.04.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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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 순수청년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시다. 이 시가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은 그의 절친이자 하동 출신 정병욱 교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반도의 머리 백두산 너머 북간도에서 태어난 동주는 젊은 시절, 서울 연희전문에 입학했다. 남녘 끝 섬진강가 하동에서 태어난 병욱 역시 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친구가 된다. 이도 잠시, 1941년 일본유학을 떠나게 된 동주는 자신의 육필 시집원고를 병욱에게 건넸고, 병욱은 섬진강가 망덕포구에 살고 있던 어머니께 보관을 당부한다. 그 사이 유학 중이던 동주는 항일운동 혐의로 체포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1945년, 27세에 생을 마감한다.

▶학도병에서 돌아온 병욱은 어머니께 원고를 돌려받아, 1955년 윤동주 유고집이 세상에 나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이 영원불멸의 시 탄생과 완성까지는 두 사람의 인연이 있었다. 여기에는 이들의 인연 외에 한반도를 관통하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끈, 혹은 숙명이 애초부터 있었음을 느끼게 한다. 당시 원고가 보관됐던 섬진강가 망덕포구 병욱의 본가는 지금도 마룻바닥이 뜯어진 채 보존되고 있다.

▶최근 윤동주 시인의 생을 그린 영화 ‘동주’가 개봉됐다. 가해국 일본개봉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시기, 이 좋은 계절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로 시작하는 ‘서시’가 은밀하게 보관됐던 하동 섬진강 하구 망덕포구에 한번 다녀오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
 
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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