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6.04.0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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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남피혁 고 여우균 회장
화남피혁 연혁은 1973년 아교사업을 하던 여우균 회장이 형님과 함께 고양시에 신진피혁을 창업한 게 그 시작이다. 당시는 경제 성장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가죽 수요가 급증하던 때였다. 아교 원료인 소가죽을 구하러 피혁 공장에 자주 드나들던 여 회장은 피혁 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판단하고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생산설비를 어느 정도 갖추게 된 여 회장은 봉제공장 밀집 지역을 뛰어다니며 영업에 나섰다. 우수한 제품의 품질과 여 회장의 성실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회사는 차츰 자리를 잡아갔다. 여 회장이 고객 신뢰를 얻었던 비결은 그가 철저히 지켰던 사업 원칙 덕분이었다. 그 첫째는 진심으로 고객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고, 영업활동을 위해서든, 밀린 대금을 받기 위해서든, 어떤 경우에도 조금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여 회장의 철학이었다. 둘째 원칙은 상대방 이익에 대한 배려다. 나와 거래하면서 상대방이 이익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애초에 물건을 만들 때도 상대방이 같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 회장은 무리한 사세 확장을 자제하는 대신, 기술 개발과 품질 차별화를 통한 안정된 성장을 추진했다. 그러던 여 회장은 1986년 신진피혁 고양 공장을 인수해 화남피혁을 창업했다. 그리고 연구와 설비 투자에 집중해 바이엘, 바스프 등 해외 기업과 전략적 기술 제휴에 성공했다. 1994년에는 제일피혁 안산공장을 인수해 품목을 다각화했다. 기존 고양공장이 의류, 소파, 장갑 등에 쓰이는 원단을 만들었던 것과 달리 안산공장은 신발과 가방용 원단을 생산했다. 1990년대 중반 캐주얼화 붐이 일었던 덕에 안산공장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1996년 무역의 날 철탑산업훈장, 1999년 경기도 유망 중소기업상, 2001년 납세자의 날 대한상공회의소 표창 등을 받았다. 꾸준하게 해외 시장 개척에 힘써 2004년 12월에는 7000만 달러 수출 실적을 올렸으며,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 브랜드 기업에 수출해 한국산 피혁을 세계무대에 알렸다.

화남피혁은 경쟁사들이 가격경쟁력을 좇아 인건비 절감을 위해 중국ㆍ동남아로 국외 이전을 추진할 때 품질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생산을 고집했다. 그리고 시장 상황과 고객 요구를 즉시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해 운영했다. 화남피혁이 등산화ㆍ방수화와 같은 기능성 남성화에 필요한 원단을 적재적소에 공급해 큰 성공을 거둔 데는 이 같은 품질경쟁력이 바탕이 됐다. ‘정도경영’을 기업이념으로 하는 화남피혁은 경영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직원들에게 공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관련업계 최고수준의 임금을 자랑하는 화남피혁에는 노조가 없다. 직원들 스스로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우균 회장은 “기업인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그러면서 그는 “화합하고 신뢰하며, 정직하고 겸손하며, 노력하고 감사하자”는 사훈을 바탕으로 나눔 경영에 앞장서 왔다. 그는 경북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에서 태어났지만, 당시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신문배달, 가게 점원 등 안 해본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결국 고교 2학년 때 중퇴하고 만다. 교복과 모자를 쓰고 다니는 친구들이 그렇게도 부러웠다고 한다. 배움에 맺혔던 한이 여 회장으로 하여금 장학 사업에 나서도록 만들었다. 그는 2002년 사재 10억 원을 출연해 ‘이우장학회’를 설립한 이래, 2005년과 2008년 각각 10억 원씩 추가해 총 출연 장학금이 30억 원으로 늘었다. 그는 이 출연금을 활용해 고향인 대구 달성군 출신으로 생활형편이 어려운 성적 우수 대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해왔었다. 국내 피혁 산업을 이끌며 정도경영, 나눔의 경영을 위해 애썼던 여우균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에 향년 75세로 세상을 떠났다./경상대학교 경영학과

 
화남피혁 여우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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