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4월은 학교나무를 가꾸는 달
[교단에서] 4월은 학교나무를 가꾸는 달
  • 경남일보
  • 승인 2016.04.11 0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명영 (명신고등학교장)
상징은 무언가를 공유함으로써 동일한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효능이 있는데 학교에는 교목(학교나무)이 있다. 교목으로 흔하게 히말라야시다를 볼 수 있는데 우리말로 ‘잎을 갈지 않는 나무’를 뜻하는 개잎갈나무로 불린다. 히말라야 산 기슭인 북인도와 스리랑카를 원산지로 흰 눈 속에서도 사철 푸르며 잘 자라는 침엽수이다. 특히 가지가 옆으로 퍼져서 자람에 따라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폭이 좁아 원추형이 된다. 넓고 짙은 그늘로 책읽기 좋고 가지에 눈이 쌓인 모습은 장관이다.

교문 앞에 나열된 밑둥치는 아름드리이고 고개 들어 끝이 보이지 않는 히말라야시다의 웅장함은 긴 학교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교목으로 내세운 이유가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며 높은 이상과 성취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시다는 뿌리가 얕게 퍼지고 나무의 하체에 비해서 상체 부위가 비대해 바람을 많이 받게 된다. 우뚝 솟았던 개잎갈나무가 태풍에 뿌리째 뽑혀 운동장으로 넘어지는 참사가 발생하고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줄기의 윗부분을 베기도 한다. 머리 없는 교목을 학생들은 어떻게 볼까.

은행나무(杏)는 암수가 있고 줄기의 윗부분은 크고 아름다우며 열매도 굵고 병충해에 강해 천년의 수명을 가진다. 공손수(公孫樹)라고도 부르는데 은행나무가 열매를 맺는데 20여년은 걸려야 하기에 할아버지(公)가 심어야 손자가 거둔다는 의미이다. 공자가 고향에서 은행나무 아래에 단을 만들어 제자를 가르쳤는데 그 학습장을 행단(杏壇)이라 하고 공자의 학문이 수천 년 이어오며 융성하게 된 것을 은행나무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학교는 은행나무를 교목으로 하고 있다. 개교에 맞춰 등굣길 좌우에 심었다. 선후배끼리 꿈을 이야기하고 묻고 답하며 선생님과 이마를 맞대고 면학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수년 전에 교문 앞 도로가 확장돼 교내로 이식하기 위하여 위 줄기를 잘라야 했다. 가지가 상처를 가리고 있지만 줄기를 타고 올라가게 넝쿨장미를 심었는데 꽃이 피면 치유가 될 것이다.

교목은 학생이 매일 보고 닮고자 하는 대상이다. 히말라야시다의 머리부분을 자르기보다 적당하게 가지치기를 하고 지지대를 설치하는 것이다. 뿌리 내리기 좋은 계절에 학생 키우듯 교목을 잘 가꿔 온 교정에 교목으로 울창하기를 기대해 본다.
 
안명영 (명신고등학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