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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거제 공곶이수선화 화원으로 '나를 사랑하기 위한 여행'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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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11  22: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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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수선화 꽃 사태가 난 농원


◇신세계교향곡을 연주하는 공곶이의 수선화밭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거제도 공곶이 바닷가 활짝 핀 수선화 밭을 걸어가 보라. 그것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면 절망에 빠진 사람에겐 희망이, 실연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찾아간 사람에겐 수선화 향기처럼 격조 높은 사랑이 기다릴 것 같은 느낌이, 실직한 사람이 어깨에 진 짐이 너무 버거워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노란 수선화 밭을 찾는다면 소나무숲을 연주하는 바람소리 너머 멀리 내도(內島)를 어루만지며 다가서는 파도소리와 그 틈틈이 간주처럼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 이 모두가 신세계교향곡처럼 들릴 것이다. 절망의 끝이 희망이라고 했던가? 꿈을 잃고 절망 속에 헤매고 있는 사람이나 실연의 아픔을 가슴에 안은 사람, 실직의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꼭 수천수만의 수선화가 입을 모아 신세계 교향곡을 들려주는 공곶이를 찾아보길 권하고 싶다. 거기, 봄이 온통 노란 꿈으로 피어있는 세상 하나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하면서 열아홉 번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은 거제도 공곶이로 떠났다. 바다를 건너 온 봄을 안고 한창 봄을 피우는 수선화, 그 봄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다. 수선화 향기와 새로운 세상을 만난 환희에 취해 지난날의 아픔들이 모두 썰물져 사라지고, 그 사라진 자리 수선화 아름다운 향기와 더불어 화사한 인생의 봄이 꽃피어 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힐링여행을 떠났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나르키소스의 아름다운 용모에 반하여 숱한 처녀들과 님프들이 구애를 했지만 그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숲과 샘의 님프인 에코도 그를 사랑했는데, 그녀는 헤라로부터 귀로 들은 마지막 음절만 되풀이하고 말은 할 수 없는 형벌을 받아 마음을 전할 수가 없었다. 결국 에코는 나르키소스로부터 무시당하자 실의에 잠겨 여위어가다가 형체는 사라지고 메아리만 남게 되었다. 나르키소스에게 사랑을 거절당한 이들 가운데 하나가 그 역시 똑같은 사랑의 고통을 겪게 해달라고 빌자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가 이를 들어 주었다. 사냥을 하다 목이 말라 샘으로 갔던 나르키소스는 샘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랑하게 되어 샘물에 비친 자신을 들여보다 샘에 빠져 죽게 되었다. 그가 죽은 자리에는 한 송이 꽃이 피어났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나르키소스(수선화)라 불렀다고 한다.

 
   
▲ 돌로 꾸며 놓은 수선화 농원 담장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곧 힐링이다

나르시즘(자기애, 자기도취)도 나르키소스의 이름에서 유래된 말이다. 물론 나르키소스처럼 자신을 과잉 사랑해서는 안 되겠지만,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고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곧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존감을 갖는 길이자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곶이 힐링여행은 자기를 귀하게 여김과 더불어 자기를 사랑하기 위한 여행이라 말하고 싶다. 거제시 일운면 예구마을 끝자락에 공곶이 입구가 나오면 수선화 화원이 조성된 공곶이로 들어가지 않고 화원 위쪽에 탐방로를 조금만 걸어가면 돌고래전망대갈림길이 나오고, 20여분만 외길로 걸어가면 돌고래전망대가 나온다. 솔숲으로 난 오솔길도 참 호젓하고 좋지만 돌고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에메랄드빛 물색과 갈매기, 솔바람이 탐방객들로 하여금 행복감에 젖어들게 한다. 전망대에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오면 약 45,000평이나 되는 공곶이 농원이 나온다. 지형이 궁둥이처럼 튀어나왔다고 해서 거룻배 ‘공(鞏)’과 땅이 바다로 뚝 튀어 나온 ‘곶(串)’의 두 단어를 합성해서 ‘공곶이’라고 부른다. 농원 위쪽에서 300여 개의 계단으로 된 동백숲 터널을 걸어 내려오는 운치도 좋지만 동백 터널 양옆으로 자연 그대로의 창문을 내어놓고 그 창으로 다랭이밭에 피어있는 수선화를 볼 때마다 환호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말 그대로 수선화가 꽃잔치를 펼쳐놓은 신세계다. 3월부터 4월 중순까지 피어있는 수선화, 꽃말(자기애)처럼 자기 모습에 반할 정도로 이뿌고 화사하다. 수선화 화원의 끝자락에 닿으면 몽돌해변이 나오고 바다 건너엔 내도가 공곶이를 파수꾼처럼 지키고 섰다. 몽돌해변을 따라 농원 돌담길과 영화 ‘종려나무 숲’의 촬영지인 종려나무 숲을 지날 때면 이국적인 풍경에 매료되기도 한다. 몽돌해변을 지나 다시 잡목 숲으로 이루어진 오솔길을 걸어서 예구마을 주차장으로 오면 공곶이 탐방은 끝난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하신 분이 바로 농원 주인인 강명식·지상악 노부부이다. 이 두 분이 50년 가까이 삽과 괭이만으로 농원을 일궈냈다. 동백숲길 계단 하나하나와 다랭이밭에 수선화 송이송이가 모두 노부부의 땀과 피에 의해서 탄생된 풍경들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평생을 가꿔놓은 아름다운 관광농원을 탐방객들에게 무료로 개방을 해 주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뿐만 아니라 두 분의 마음씨마저도 탐방객들을 감동케 했다.

 
   
▲ 공곶이 수선화 꽃밭으로 가는 돌담길


◇성자(聖者)의 마음으로 살아오신 노부부

이러한 공곶이는 영화 ‘종려나무숲’의 촬영지가 되면서부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강명식 옹이 처음 이곳에 온 것은 1956년, 예구마을에 살고 있던 부인과 선을 보러 와서 마을 뒷산을 산책하다 공곶이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렸다고 한다. 결혼 뒤 10여년 동안 힘써 돈을 마련한 부부는 1969년에 공곶이에 터를 잡아 밭을 일궈 꽃과 나무를 심고 가꿨으며, 가파르고 척박한 산비탈이라 농기계는 아예 이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호미와 삽, 곡괭이 등으로 손수 일궜다고 한다. 그 노고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상상도 못할 것이다. 두 분은 참으로 위대한 일을 해내신 것이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 일군 농원에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신다는 두 분의 모습이 마치 성자(聖者)처럼 비쳤다. 노부부의 노력과 신세계를 만들겠다는 꿈에 대한 열정, 나눔에 대한 성스러운 마음이 지금의 공곶이를 만들었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세계와 열정을 만나는 것 또한 훌륭한 힐링임을 알게 해준 여행이었다.


박종현(시인, 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 내도(內島)가 파수꾼처럼 지키고 선 수선화 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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