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경관은 사치가 아니다
[객원칼럼] 경관은 사치가 아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6.04.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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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프랑스 파리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명품도시이다. 에펠탑, 개선문, 몽마르뜨 언덕, 샹젤리제와 명품보석 거리, 로테르담 성당, 루브르를 비롯한 수많은 박물관 등의 명소들이 예술과 낭만으로 가득한 도시의 매력을 한껏 발산해 준다. 1980년대 중반에 독일 유학을 갔던 필자도 가장 먼저 파리를 방문했었다.

파리라는 도시가 생긴 것은 BC 3세기 정도로 꼽을 수 있고 중세초기에 이르러서는 수도가 됐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와 공업화로 인해 파리 경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고 일자리를 찾아 농촌지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러한 급속한 인구증가는 갖가지 문제를 가져다주었다. 이는 도시 과밀화, 정주환경 질의 저하, 환경파괴, 도시 위생상태 불량 등의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다. 당시 많은 이주 노동자들은 파리 도심에 위치한 좁은 거리의 공동주택 지역에서 살았는데 오염과 쓰레기의 만연 그리고 공용공간, 채광 및 환기의 부족으로 인해 콜레라 등의 대규모 전염병의 우려가 매우 컸었다. 또한 범죄, 매춘, 폭력과 소요 등이 끊임없이 일어나 사회적인 골칫거리가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날품팔이 노동자들을 도시 근교로 이주시켜 몇 시간씩을 걸어서 왔다 갔다 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1830년대 이후에는 결핵과 콜레라가 창궐했고, 좁은 골목에 바리케이드를 쌓아 저항하는 유형의 잦은 폭동이 일어나곤 했다. 유일한 해결방법은 도심을 정비하는 길밖에 없었는데, 당시 황제였던 나폴레옹 3세의 지시로 오스만이 주도하게 됐다. 이 사업의 가장 주된 목표는 우선 위생향상을 위한 상·하수도 시설의 건설과 확충이었다. 다음으로는 대규모의 대중아파트를 건설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며 밀집된 도시공간에 공원이나 광장 등의 공공공간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오스만은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무질서한 집들을 철거하고 구불구불한 길을 가로수가 즐비한 넓은 도로로 대체했고, 교통 및 군사적 의도에서 시원한 방사성 도로를 연결했다. 또한 도시 곳곳에 맑은 공기가 넘쳐나는 넓고 쾌적한 녹지공원을 조성했고, 공공건축물 및 시설물을 건립, 확장 또는 정비했다. 이로써 파리는 최고의 경관을 가지게 됐고 도시정비의 세계적 모범사례로 인구에 회자됐다.

최근 진주시가 도시경관을 보다 더 잘 보전, 관리, 형성하고자 경관조례를 전면 개정했다. 이는 혁신도시를 비롯한 다양한 신흥지구의 탄생과 경남도 서부청사 개청 등의 21세기의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것은 경관을 건축물이나 시설물의 디자인 등에만 국한하는 협의적 사고이다.

파리의 경우처럼 오스만의 도시경관은 절대적 왕권을 가지고 하향식으로 진행했으며 위생문제와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정치적·사회적 의도와 배경이 깔려 있었다. 21세기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다양성과 융합의 시대 등으로 정의될 수 있고, 이러한 시대정신이 토착문화 및 토양과 어우러져 총체적인 경관 특징으로 드러나야만 하는 것이다. 이 번 경관조례 개정 및 시행으로 산업문화도시로서의 진주의 위상이 새롭게 태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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