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29)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29)
  • 경남일보
  • 승인 2016.03.2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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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김지원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29)

“지금은 젊어서 핏종지깨나 있다꼬 그런다만 니도 씨에미 돼봐라. 아픈 눈이 머잖았다. 끓는 국에 멋도 모리고 며느리라 카능기 생지 쭉쭉 찢어감서 사단 내봐라. 집구석 우떤 꼬라지 되는고. 외동아들 애탄고탄 키아 바치논께 가문에 혈손을 끊어놓고 그래도 지 잘났다꼬“

”세상이 옛날하고 달라졌다꼬 얼매나 더 말씸드리야 됩니꺼. 아지매, 앞으로는 딸 낳은 사람은 비행기 타고 아들 낳은 사람은 리어카 탄다카는 소리 알지 예. 자우자께 나지오 방송에서 들은 소린데 대학교 박사가 나와서 그캅디더. 남의말 다 믿을거는 몬되지만 앞으로는 언나들 학교에도 딸아들 보다 머스마 숫자가 더 많아서요 어리바리한 머스마는 장개도 못가고 늙어 죽게 된다는디요. 아, 아지매 집에서 같이 본 텔레비에도 벌써 안그랍디꺼. 농촌으로 시집 올 처니가 없어서 농촌 노총각 장개 보낼라꼬 동남아 처녀 데려다 논께 결혼패물하고 통장꺼정 싹 씰어서 달아났다 카능거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요새 세상에 아들딸이 무슨 구별 있어예“

”이 사람이요 갈수록 태산이네. 제사로 지내주는데 와. 자네가 남의 딸 자슥이지만 지집 일 나뚜고 친정 일 보러 가나? 몬하재? 동고애비 그 게쭐이가 그리하라꼬 허락 하더나? 니도 딸 있쟤? 키아나 봐라. 가스나 자슥 그거는 옛날부터 도독년이다“

”그라닝깨 도독년으로 안 키울라카능거 아입니꺼. 우리 집 동고애비도 아부님하고는 많이 다르지 예. 우리 때하고 앞으로는 시대가 또 달라진다 이깁니더, 내 말은예. 내도 우리 오빠 맨키로 논밭 팔아 감서로 우리 아부지가 공부시킸시모 출세해서 효도하지요. 딸자식이라고 요 모양 요 꼴로 내삐리놓고 지 살기도 가빠 죽겄는데 친정 생각할 여지가 어딨십니꺼. 친정 일이야 그 사랑 많이 받은 오빠가 하는 기 당연하지예. 그래서 나는 요새 우리 아들보고도 선언했지만 딸이라고 안 해 주고 아들이라고 더 잘해 주고 그런 일 절대 없을 기니깨 알아서 하라캤심더. 딸이나 아들이나 공부 잘하는 놈은 공부시키고 기술 있는 놈 기술자 맹글고 그라는 기제 안 그래예? 우리는 인자 옛날 오매들 맹키로 머스마라꼬 깜빡 죽어서 딸자식들 종살이 시키는 짓은 안할깁니더. 웃물 꾸중키리는 짓은 안할끼다 그 말입니더“



문득, 우리 일도 아닌데 우리가 왜 이렇게 괜히 아웅다웅하는가 싶은지 머쓱해진 젊은 여자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흐르기 시작했으나 파르족족하게 경직된 노파의 기색은 좀체 풀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조, 조, 그래도 지 옳다꼬 한 마디도 안 수그러드네. 니는 아들 있고 딸 있고, 또 아직 젊은께 모린다. 딸이 아무리 좋다 캐도 커갈수록 옆구리가 텅 빈다꼬 새미골 동촌영감이 그란다. 그 집 사우들이 비믄하게 장인장모를 섬기나 소문 난 집 아이가. 사우들이 어리등등 출세해서 겉으로는 좋다 캐도 비루둥이 아들 자슥만 못하다꼬 설 추석날 아침에는 썰렁한 빈집에서 양주가 울고 앉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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