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30)
“차암 아지매도, 그만 좀 딸 딸 하이소. 서울 며느리한테 구박받기 싫어서 아지매 이리 혼자 고생하미 살고 계시는 거 우리가 다 알고 있는데 와 그리 자꾸 아들 타령만 고집 하십니꺼. 뭐 딱 뿌러지게 아지매 말씀도 틀린 거는 없십니더. 글치만 앞으로는 세상이 달라진다 아입니꺼. 두고 보이소. 주영이 엄마만 해도 그래 예. 참 딱하다 아입니꺼. 없는 집에 시집 와서 참 열심히 안했십니꺼. 그런데 피임수술 하고부터 시어머니한테 사사건건 욕만 묵고 안 살았십니꺼. 그렇다꼬 주영이 옴마가 자기 시어머니한테 못 해디린기 어데 있습니꺼. 이랄라꼬 안그랬십니꺼 하면서 철철이 옷 해 드리고 여행 보내디리고 용돈은 또 주영이 할매 자기 평생 그렇게 많은 돈을 수중에 지녀 봤겠십니꺼. 동네 노인들한테도 얼매나 잘했십니꺼. 어른들 모이앉아서 꿀찜한디 주전부리할 거 없나 하시모 벼락겉이 뭘 해다 바쳐도 꼭 안해다바칬십니꺼. 아지매도 주영이 엄마는 똥도 내삐릴게 없는 사람이라꼬 우리가 질투 나도록 칭찬 안했습니꺼. 돌아가신 주영이 할머니한테 이런 소리하기는 뭣하지만 주영이 할매 욕심하고 잔소리는 또 어지간했십니꺼. 주영엄마가 그래도 본데 있는 집 자손 값하니라꼬 잘 참고 넘겨서 그렇지 요새 젊은 사람들 시어머니 잔소리 들어가며 한 집에서 시집살이 할라카는 사람이 어데 있십니꺼”
“그래도 그렇제. 나이 환갑인 사돈영감도 손자 겉은 아들 봤다카는데, 그 할마이가 우찌 가만히 있겄노”
“그것도 맞지예, 틀맀다 소리는 절대 아입니더. 그러게 일진이 나빴다 안캅니꺼. 서로 밀고 닥치고 하다가 넘어졌지만 방바닥에서 넘어졌는데 싶어서 설마 했다 안카디예. 주영할매가 걸핏하모 기암하고 또 엄살은 좀 심한 양반입니꺼. 저 할매가 또 엄살 부리다 일어나겠지 싶어서 픽 나갔는데, 그때 마침 밤골 작은시누가 와서 현장을 봤다카데예. 설마 시어머니 쥑이놓고 일부러 피했겠십니꺼. 참말로 그랬다카모 하늘에 벼락 맞을라꼬 지 발로 더꿍더꿍 들어올깁니꺼”
“아이고매 참 아지매도 답답하네. 주영옴마 성질 모립니꺼. 변명 안하고 한 술 더 떠는 거 아입니꺼. 일 저질러 놓고 지 살끼라꼬 변명하고 살살 돌리는 사람 절대로 아입니더”
“니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없다. 지 아무리 베린 칼날 맹키로 분명키 처신한다 캐도 순리를 거스리모 안 된다. 씨에미 그리 죽은 꼴 눈에 볿히서 진들 펭상 마음 편키 살것나”
“그말 참 잘하싰십니더. 아지매, 그란께 우리가 돕자 그 말 아입니꺼. 이왕지사 그리 된 일 지 양심이 평생 지고 살 죄는 지한테 매껴놓고 주영오매를 잘 아는 우리가 조끔이라도 덜어주자 그 뜻이지예”
“참 니도 답답타. 내한테 그라모 표 찍으러 가자꼬 저녁 묵고 데불러 올라캤더나?”
두 여인의 입씨름은 얼른 끝날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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