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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42>구례 오산 동주리봉절벽 위 암자에는 약사여래가 세월잊고 서있네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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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0  16: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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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 한쌍


오산은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에 있는 높이 531m의 낮은 산이다. 지리산을 바라보고 있는 자라형상의 산이라는데 일부에서는 이 산에 있는 바위들이 거북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져 한자 ‘자라 오(鼇)’를 써 오산이라고 부른다.

그래서일까. 544년 연기조사가 창건한 오산암이라는 암자가 있었다. 훗날 이 암자는 원효, 도선, 진각, 의상이 수도했다고 전해져 지금은 사성암(四聖庵)으로 불리고 있다.

사성암은 거대한 바위벽에 다랑이 논처럼 형성된 작은 공간에다 유리광전(약사전)과 지장전 산왕각 등 여러 당우를 지었다. 유리광전 안에는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마애여래입상(전남도유형문화재 220호)이 모셔져 있다. 약 25m의 기암절벽에 음각한 것인데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새겼다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의문이 생긴다.

둥주리봉은 690m로 오산보다 높지만 사성암과 그 절경 때문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산이다. 둥우리의 다른 표현으로 닭의 둥지를 말하는데 산 생김새가 그렇다는 얘기다.

또 둥주리봉∼오산 구간 좌·우에 도도하게 흘러가는 섬진강과 구례읍 시가지, 장쾌하게 펼쳐지는 지리산 왕시루봉 일대가 볼거리다. 이 외에도 곳곳에는 기암절벽과 토종 소나무군락이 조화를 이루고 자라고 있어 산행의 묘미를 더한다.

일찍이 구례 봉성지(1800년·구례향교 발간)에는 ‘바위 형상이 빼어나 금강산과 같으며, 예부터 소금강이라고 불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번 주 명산플러스는 사성암을 품은 채 섬진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구례 명산 오산∼둥주리봉을 찾아간다.



▲등산로, 구례 섬진강가 동해마을→화장실 옆 등산로 입구→솔봉 하부→능괭이 갈림길→둥주리봉→배바위→임도→솔봉→자래봉(선바위 부근)→매봉→오산→사성암→동해마을. 휴식포함 약 10km에 6시간 10분 소요.

 
   
 


▲들머리는 섬진강가 동해벚꽃로 동해마을이다. 20여가구에 마을회관과 버스정류장, 민물고기를 파는 가게, 정자나무가 있다. 고려 1002년 마호대사가 묘산암 아래 마호사라는 암자를 지어 마을이 형성됐다고 한다.

김씨와 인동장씨가 처음으로 입향했으며 마을 북쪽 700m 떨어진 곳에 밀양손씨 집성촌 마고마을이 이웃하고 있다. 암자의 입구에 있어 일명 동구정이라고 부른다. 이후 마을의 모습이 황룡이 배를 지고 가는 황룡부주형을 닮아 황룡이 살고 있는 동해라는 이름을 가져왔다.

마을을 관통해 둥주리봉∼오산구간 능선에 닿는 등산로가 있으나 이는 능선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 동주리봉에 갔다가 되돌아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 동주리봉∼오산을 한번에 관통하려면 이 마을 어귀에 있는 공중화장실 옆으로 난 등산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오전 10시, 350년이 넘은 푸조 정지니무 앞을 지나 화장실 옆 철계단을 오른다. 30분 만에 솔봉 이정표가 있는 곳에 닿는다. 실제 솔봉은 아니고 산허리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이곳에서 살짝 고도를 낮춘다.

한 고비를 넘어서면 능괭이 쉼터 갈림길이 나온다. 곧장 가면 둥주리봉, 오른쪽 길은 용서폭포 용서마을 방향이다. 이 마을을 들머리로 삼는 경우도 있다. 50m높이의 용서폭포는 고산등반가들의 암벽장으로 인기가 높다.

출발 2시간 12분 만에 둥주리봉(690m)정상에 닿는다. 지붕이 있는 2층짜리 데크 쉼터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진행 방향 가깝게 배바위, 멀리 사성암이 보이고, 더 멀리 큰 산 아래 섬진강과 구례읍 시가지가 조망된다. 강 건너 순천∼완주 고속도로, 전라선 철도, 산업도로가 연가시 몇 마리 엉킨 것처럼 길게 뻗어 있다.

 
   
▲ 한국특산종 히어리


낮 12시 42분, 큰 더미로 된 배 바위다. 높은 곳 위험한 지역이라 구례군에서 안전계단을 설치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정비해 놓았다. 낭떠러지가 있는 정상에도 난간을 설치해 등산객이 더 이상 넘어가지 못하도록 했다.

이 구간에서부터 평탄한 길로, 가끔 바람에 실려 오는 송홧가루 때문에 코가 맹하고 재채기가 나오는 불편을 제외하면 오래된 석비레와 소나무가 적절히 배치돼 전망이 좋을 뿐 아니라 걷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오른쪽은 지리산 주릉이고, 진행 방향에는 암릉과 육산의 소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휴식 후 오후 2시가 가까워질 무렵 고도를 낮추면 임도가 나타난다. 동해마을에서 바로 올라오는 임도이다.

오후 2시, 다시 임도를 떠나 산으로 붙은 뒤 이번에는 진짜 솔봉으로 올라야 한다. 지리산과 광양 백운산에서 자생하는 한국 특산종 히어리 몇 그루가 취재팀을 반겼다.

솔봉까지는 드센 암릉을 한차례 지나야 하고, 이어 자래봉 부근 선바위, 매봉의 산 너울을 목마 타듯 넘어서야 한다.

자래봉은 자라의 사투리로 산 이름과 관련 있는 펑퍼짐한 봉우리이다. 암릉 왼쪽 단일바위로 된 높고 큰 더미는 선바위다. 그 정상에 4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사실 앞선 배바위도 더미이며 그전에 있던 바위도 큰 더미였다.

 
   
▲ 소나무와 어울려 있는 암릉길을 오르는 산우들.


오후 3시 10분, 오산 정상에 닿는다. 4월답지 않은 무더위와 막판 오름길 때문에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낮다고 얕보면 오산이다. 구례읍이 더 다가와 있고 사성암이 발아래다.

구례시가지와 초록으로 변해가는 광활한 평야, 그리고 섬진강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남으로 휘돌아간다. 우뚝한 지리산, 노고단, 반야봉, 제석봉 너울…, 그 끝에 천왕봉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경치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오후 3시 30분, 정상을 벗어나 하산 길에 접어들면 이 산을 이름 짓게 한 배경이 되는 옹골찬 바위지대가 장막을 연다.

무등산 주상절리처럼 곧추 선 바위 풍월대 망풍대 신선대가 있는가 하면, 배례석, 소원바위(뜀바위), 도선굴, 좌선대 등 보석같은 바위들이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한다.

배례석은 사성암에 불상을 모시기 전 스님들이 화엄사의 부처님을 바라보며 예를 올린 곳, 소원바위는 금슬 좋은 부부가 삶의 끈을 놓친 안타까운 사연을 담고 있는 곳이다. 산왕각 옆 도선굴은 도선국사가 수도 정진해 음양오행을 깨쳤고, 좌선대는 원효대사가 좌선했다.

 
   
▲ 자래봉 부근 더미로 된 선바위, 꼭대기에 소나무 네그루가 자라고 있다.


여기에다 절벽 바위 사이 빈틈에다 지은 사성암 건물들이 걸작이다. 건물과 바위가 일체가 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특히 유리광전은 공간이 없는 곳에다 큰 기둥 3개를 세우고 그 위에 당우를 지었다. 건축양식이 북한이 자랑하는 금강산 보덕암과 비슷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고색창연한 모습은 보덕암보다 덜하나 기둥에 의지한 채 위태롭게 선 건축물은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그 안에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새겼다는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결국 유리광전은 문화재 보호를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상파 인기 드라마였던 ‘토지’에서 서희와 길상이 불공을 올리는 장면을 이 일대에서 촬영했다.

사성암을 빠져나와 산아래로 휘적휘적 발길을 옮기면 인근 죽연마을까지 오가는 미니버스와 택시가 상시 대기하고 있다. 섬진강가 동해벚꽃로를 따라 동해마을에 돌아왔을 때 햇살세력이 약해지는 오후 4시 10분이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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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명물 사성암 유리광전, 북한이 자랑하는 금강산 보덕암을 닮아 인기가 높다. 안에는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새겼다는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사진제공·사성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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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암과 패러글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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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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