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34)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34)
  • 경남일보
  • 승인 2016.03.29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그림 김지원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34)

“어허이, 입에 똥바가치 들어갈라꼬. 죽고 없는 최 생원은 또”

“최샌이나 아들이나 뭐 그 집일은 그 집 일 아이가”

“확인 안 될 일이닝깨 그렇제. 지끔이라도 누가 증거를 대라카모 우짤끼고. 내 한 가지만 부탁하자. 어데서 들었다꼬 요게 조게 나서서 아는 체하다가 애맨 사람꺼정 욕테배이 맹글고 더 나가서 비단구리이 담부랑 넘다가 장독 깨는 짓 저질러 갖고 나까지 한 두름으로 엮이게 하지 말라 그 말이다. 우리는 거저 입 딱 다물고 거저 굿귀경이나 하고 떡이나 주모 꼭꼭 씹어서 배탈 안 나게 잘 묵어주자 이 말이라”

“말이야 천만 분 지당하제. 그런데 나는 하도 뜬금없는 소리가 돼서 놀랜 가슴이 영 갈앉들 않네”

“니가 말귀가 어더바서 그렇제 운젯적부터 떠돈 이바구라꼬. 나도 벌써 어릴 때 들은 이배기구만. 최진사 영감하고 종년 삼월이 얘기 떠돌던 기 참말로 전설인가, 에나 모리고 카는 것가 일부러 카는 것가?”

“그기야 내가 일일이 우찌 알끼고. 두 집간에 필유곡절인 무엇이 있다카는거는 나도 어렴풋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인자사 그런 일이 터질끼라꼬는 상상도 못했구마는”

“그런 일이 본래 그런 거 아이가. 세가 왕성하모 잠잠하게 숨카지다가 세가 떠름해지모 장마에 잡초 들떠데키 성해지는 거. 그래서, 아무튼지 간에 자슥은 잘 키아놓고 볼일이제. 법짜하고 당골네가 오돔패이 치고 살아도 딸 하나는 기차게 잘 낳아서 그만 집안을 떠억 일으키 세우는 거 봐라. 기철이 그놈아 선거자금도 저거 큰 누부가 솔빡 다 댄단다”

“말이야 바른 말이제 잘 키우기야 뭘로 잘 키았어. 운이 돌아서 지가 잘 커주었제. 그란께 옛말에도 벼리는 넬씨 봐도 사람은 절대 넬씨 보모 안된다 카는 거 아인가배. 좌우당간에 원풀이는 씨언하게 하는 기제. 그나저나 이웃 덕 보는 거는 좋은데 태복이 그 사람 보기 좀 껄끄러울 낀데 우짜꼬 싶네”

양지는 자신도 몰래 고였던 침을 꼴딱 삼켰다. 듣고 보니 아버지 이야기였고 여기도 명자네와 연결된 문제가 이미 터져있었다.

“이 사람아, 그건 그때 가서 걱정하고 오좀이나 바로 싸, 옷 다 베리구만”

“힛히, 정신 다 빠져빗구만”

“그 사람 요새는 집에 빛감도 잘 안하는 갑더마. 내사 새꼴시러바서, 쥐뿔도 없는 늙다리가 그 피떵거리로 장차 우짤란지”

“그 얼가이 허풍세이가 핏덩거리한테 죄만 짓는 기제. 우짜다가 재수 없이 노방초 꼬리뱅이에 매이 갖고 그나마 또 낙랑끄트리 신세라, 그 사람 팔자도 생각해 보모 참 안됐어”

“그래도 제 끈은 이까났다 싶으니 눈은 감겄제”

“시장 시러버라. 노방초 제 구실하게 누가 키울꼬. 그놈으 외눈깔, 그만 좀 뿔뚝기리고 끄트머리 좀 엔간이 흔들고 접지. 요새는 벗거지도 다됐더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