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35)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35)
  • 경남일보
  • 승인 2016.03.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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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김지원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35)

“누한테 들으니, 것도 또디이겉은 태복이 지 생각이지 생판 헛물이란 소리도 있더마”

양지는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흉도 되고 욕도 되고 예부터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었을 집안 이야기들. 이렇게 구체적으로 가까이서 듣고 보니 그 진원지에서 자란 양지 자신은 왜 그처럼 방관자로 살았을까에 대한 의문도 문득 들었다.

“맞다. 그것도 최가 제 씨라꼬 우찌 믿을 끼고, 어리석은 노름에 태벡이 처 눈먼 돈만 내 좆 빨아라 날아가는 기제”

“일마가 뭐라쿠내, 참말로 자겁할 소리하네. 아무리 그렇지만 어먼 놈 자슥을 낳아 놓고 돈 받아 챙기겄나”

“쳇, 뭘 모리모 가만히 있으라 안쿠더나. 구정물 통에 손 담구고 사는 여자가 그것도 벌이다 싶으모 뭔 계약을 몬하겄노. 좋은 기계 있겠다 적선하고 돈 벌고. 돈 천오백은 누집 아 이름이가”

“하기사…. 여자 그거 요물인데 잘 다스리야 되제 쪼깬만 떼끌티맀다 카모 구미호로 둔갑하는 기라. 우리 한 구녕 뚤버주모 좀 띵가 물 재주있나. 성애 좀 붙이보까?”

“막설여라 인마. 내가 아무리 노름방 개평은 이마에 신짝 붙이고 든다만 문디 콧구녕에 마늘 쪼가리로 빼묵었시모 빼묵지, 마 작게 묵고 가는 똥 쌀란다”

“맘 잘 묵었다. 벌써 구미호들이 살판 날리는 세상인데 니겉은 노름쟁이 상대로는 거간도 안튼다”

“야, 말만 들어도 써미한 세상이다. 참 썩바리네. 이 놈의 세상은 좋다 캐야 될지 안 좋다 캐야 될지. 앞으로가 참말로 낭패거만”

“아, 또 지랄하고 있다. 활짝 핀 살기 좋은 세상이라꼬 입에 침이 마를 때는 운재고, 오줌 한 번 싸고 난깨 생각이 해까닥 변해 뿌리노. 마 또 한 분 단속하는데 어데가서 또 무짜이 소리 하지말고 우리는 입 다물고 절대 모리는 척 있기다이. 당사자 간에는 잘 처리할 기라도 많은 사람이 알모 여론에 밀리서 괜히 파토 나는 수가 있응깨”

“그래, 쉬쉬 숨키고 감차서 그렇제 조선팔도 이름깨나 들내고 살던 집안 치고 그렇고 그런 내력 한두 가지 안 숨키고 있는 집이 몇이나 되겄노”

안에 누가 있는 거 아이가. 담배 한 대 까지 불붙여서 나누어 물고, 그제야 주위를 의식하고 수런수런 목소리를 낮춘 두 사람은 다투듯이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나. 양지는 습관적으로 시계를 보았다. 지금 떠나는 차가 있다면 곧장 몸을 실어버리고 싶었다. 여론은 몹쓸 인간으로 아버지를 매도할 게 분명했다. 그러나 자식으로서 그녀 자신의 능력은 너무나 한계적이지 않은가. 덤으로 초라해지고 우세스러운 꼬락서니는 당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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