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37)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37)
  • 경남일보
  • 승인 2016.03.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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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김지원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37)

좀전까지 이들은 언니 성남이가 이상해졌다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고 반편이 용남언니를 민며느리 보낸다는 소문도 주고받았을 것이고 아버지가 어떤 곳의 어떤 여자와 그렇고 그런 사인가 보더라는 소문도 여러 입을 통해 뛰고 날며 퍼날랐을 것이다. 그런 경우를 목격할 적마다 쾌남은 그저 사연 많은 집 아이답게 고개를 숙이고 그들을 지나쳤다. 집으로는 바로 가기 싫어 집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이대로 영원히 집과는 멀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소망해 놓고는 구슬픈 외로움을 씹어 삼키곤 했다.

“분명히 그 집 조상 누가 숭구기는 숭것을낀데 누가 숭것는지는 확실히 모른대”

“아이구 참 웃기고 있다. 참배나무는 또 따묵기라도 할라꼬 심그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돌배낭구로 누가 일부러 숨기는 숭거. 제대로 나서 큰 뒤에사 눈에 띄었것제”

“말이 아이기는 니가 말도 아니다. 그 큰 낭구가 눈에 안 띄기는 와 안띄노”

“아따 니 똑똑타. 지끔 겉음사 눈에 띄고도 남제. 하지만 그 때는 대밭이 얼매나 크고 울이 얼매나 넓은데 그 많은 나무들 가운데 하필 그기라꼬 눈에 들었고 문제가 됐것나”

“그 말이 맞구만. 집에 가화가 들어서 집을 내리 짓고사 눈에 드는 자리가 됐제”

“그런데 그 놈의 나무에서 귀신울음 소리가 난다카데”

“아이코 문디야, 그게 운젯적 이바군데. 귓구녕에 도라무깡을 박고 살았나”

“그 집 아아들은 밤만 되모 자다가 옷에 오좀을 싸도 변솟질에 뒤보러도 몬간단다. 그래서 해만 지모 저녁도 안 묵어서 요강부터 챙기다 놓는기 일이라 안쿠나”

쾌남은 완전히 그들 속에 홀로 서있었다. 남들이 어떻게 집안일을 저렇게 잘 알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거는 나도 안다. 은막골 청자할매가 그라는디 자기 어릴 때 한 동네 살든 눈깜비영감한테 들었다 카더라”

“나도 안다. 그 영감이 나무를 베다가 귀신한테 당해서 급살 맞을 뻔했는디 다행히 눈만 멀었다 그 말 아이가?”

“아이고 그기야 내가 직접 봤나, 그런 소리를 들었다 이기제”

“그 나무등거리 낮에 봐도 그럴싸해서 그런지 참 보기가 숭하기는 하더라”

“글치만 알고는 아무도 손 안대지. 시나브로 삭아 없어지도록 내삐리 두는 수밖에”

“그기 바로 상촌띠기 가운이라 안 카나. 나무 중딩이가 벼락 맞고 뿌러진거는 바로 적손이 끊어질 징조라꼬. 용한 풍수쟁이가 그때 벌써 예언을 했는데 고집 센 영감이 콧방귀 뀌면서 바로 듣덜 않더란다”

“지눈으로 보다않은 옛날 일로 우찌 그리 직접 본 듯이 하노”

“내가 뭘 아요. 당골네가 그캤으니 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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