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호 톨스토이의 '기독교적 무정부주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기독교적 무정부주의'
  • 연합뉴스
  • 승인 2016.05.2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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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 번역 출간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는 사실주의적 문체의 작가이자 기독교 사상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권력·억압·강제를 거부하고 사랑·평화·자유를 받아들이라는 톨스토이의 사상은 19세기 후반 러시아에서 사회운동으로까지 발전했다. 이른바 ‘톨스토이 운동’은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가 비폭력·무저항 운동을 전개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 번역·출간된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는 시민을 억압하는 국가, 권력과 결탁한 교회를 비판하며 본래 신의 계율대로 인생관과 생활을 바꿔야 한다는 톨스토이의 기독교적 아나키즘이 집약된 책이다.

톨스토이가 보기에 국가는 “거만함, 폭력행위, 처형, 전쟁”과 같은 말이다. 반면 진정한 기독교는 “온유함, 피해에 대한 용서, 사랑의 가르침”이다. 국가와 기독교는 양립할 수 없다. “진정한 기독교의 믿음은 국가를 인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국가의 기반도 파괴한다”(336쪽)

그러나 당시 러시아 정교는 국가에 종속된 채 권력에 종교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도구로 전락한 상황이었다. 이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오해했거나 왜곡한 결과였다. 톨스토이가 러시아 정교에서 파문당한 것을 보면 교회 제도와 교리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스도는 교회를, 지금 우리가 그 단어로 이해하고 있는 것을 세웠을 리 없다.”(108쪽)

톨스토이는 미국 퀘이커교도의 비폭력·무저항 사상을 소개하며 책을 시작한다. 기독교가 폭력·전쟁을 인정할 수 없는데도 ‘불가능한 타협’을 계속해왔다고 말한다.

그의 교회 비판은 국가를 상징하는 전쟁·군대·병역의무에 대한 반대와 불복종으로 나아가며 무정부주의 노선을 명확히 한다. “국가는 인민이 스스로를 위해 새로운 형태의 생활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하는 모든 운동을 장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직접적으로 방해하고 저지한다”(265쪽)

친국이 있다면 교회 제도와 무관하고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각자의 삶을 변화시킬 때 찾아온다는 게 톨스토이의 생각이다. 누가복음은 “신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오는 것이 아니며,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고 말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한다. ‘기독교는 신비의 종교가 아닌 새로운 생활의 이해다’라는 부제는 그의 실천적 기독교 사상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톨스토이는 1893년에 집필을 마쳤으나 조국 러시아에서는 검열에 걸려 출판되지 못했다. 120여년 전 러시아를 다뤘는데도 종교나 국가폭력에 대한 비판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대입해도 무리가 아니다. 박홍규 영남대 교양학부 교수는 “최근 권력에 대한 회의가 너무 커져” 번역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 내가 사는 한국이나 세계의 모든 문제 해결에 톨스토이의 관점, 더욱이 만년의 비폭력주의적 관점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들녘. 504쪽. 1만6천원.

연합뉴스



 
도서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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