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업고도 치는 남다른 배드민턴 사랑
끼익~끼익~끼익~끼익. 슈~웃, 슈~웃. 코트로 날아오는 셔틀콕을 받아내기 위해 회원들이 빠른 발놀림을 할 때마다 들리는 신발과 코트의 마찰음이 귓가를 맴돌았다.
진주시생활체육관은 오전 5시 30분에 문을 여는데 코트는 금방 배드민턴 회원들로 가득 찬다.
이 시간, 젊은 세대보다는 40대 이상의 중년들과 머리카락이 희끗한 어르신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나이가 들면 잠이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2시간 동안 코트를 누빈 양월자(72·여)할머니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물 한 모금을 들이킨다. 8시가 되자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새벽같이 일어나 2시간 남짓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한 할머니의 얼굴은 피곤함 대신 웃음과 생기로 가득 찼다.
“지금은 나이가 일흔이 넘어서 그렇지. 젊었을 때는 해외여행 가자고 해도 배드민턴 치고 싶어서 안 갔어, 아침에 일어나서 체육관에 나오면 하루 종일 배드민턴과 놀았지. 그래서 그런지, 무리하게 열심히 한 댓가인지, 요즘은 무릎이 조금 아프기도 해(웃음).”
해방둥이(1945년)인 할머니의 얼굴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동안(童顔)’ 이었다. 그는 동안의 비결을 배드민턴의 덕으로 돌렸다.
할머니는 “배드민턴은 격한 스포츠야. 스피드와 강한 체력을 요하지. 그래서 겨울에도 20~30분만 뛰면 온 몸에 땀이 비 오듯 한단다. 지금은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지만 그래도 50~60대 회원들하고는 아직 한판 해 볼 만 체력과 실력을 갖추고 있지”라고 말했다.
그녀는 24년 전 새진주클럽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엔 배드민턴을 할 만한 마땅한 실내체육관이 없었다. 그래서 운동 삼아 한 번씩 동네에서 배드민턴을 쳤다. 그러다 집 근처에 진주시생활체육관이 건립되면서 본격적으로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했다.
“체육관에서 경기를 하니 재미가 있고 정말 신났다. 그렇게 재미를 붙이고 치다보니 전국대회에도 나가고 수상도 많이 했다. 집에 가면 수상메달이 제법 있다”며 자랑했다.
양씨의 배드민턴 예찬은 끝이 없었다.
“배드민턴은 보는 것도 재밌지만 직접 해보면 더 재밌다. 손주 때문에 한 동안 배드민턴을 치러 못 온 적이 있었는데 좀이 쑤셔서 안 되겠더라. 그래서 손주를 업고 배드민턴을 치러 다녔다”며 “배드민턴이 아니면 이 나이에 짧은 바지를 입고 세대를 넘나드는 사람들과 운동하며, 땀 흘릴 수 있는 기회가 어디 있겠냐”
그녀의 하루 일과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5시 30분까지 체육관에 도착해서 배드민턴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20년이 넘게 해 온 배드민턴 때문인지 날씬한 몸매를 자랑했다. 또 얼굴은 아이처럼 맑고 활기가 넘쳐 보였다.
체육관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하루도 빠짐 없이 새벽에 운동을 하러 오신다. 회원들 중 제일 부지런하시다”라고 이구동성 말했다.
양씨는 “선학산에도 자주 가고 매일 노인대학에 가서 놀기도 하지만 배드민턴 칠 때가 제일 행복하고 즐겁다. 나이가 들 수록 더 많이 움직이고 땀을 많이 흘려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취재를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이제 그만 가자”는 동료회원들의 말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 양월자씨는 해맑은 얼굴로 “운동 했으니 밥 먹고 노인대학에 갈 꺼다. 신문에 언제 나오냐. 전화번호 가르쳐 줄테니 궁금한 게 있으면 전화하시오”라는 말을 남기며 총총총 체육관을 떠났다.
배드민턴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할머니. 100세 시대를 실감케 했다.
정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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