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빈자리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았는데
십팔 층에 올라보니,
-김석윤(시인)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못 본/그 꽃’ 고은 시인의 시다. ‘순간의 꽃’이라는 시집 속에는 이렇듯 제목 없는 시들로 가득한데, 짧은 3행의 시로 절제된 표현과 긴 여운이 있어 많은 독자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철리(哲理)시라 할 수 있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에 급급하다 보면 주위를 살필 겨를이 없으므로 정작 소중한 것을 지나치게 된다. 그러니까 바쁜 삶 속에서지만 여유를 가지고 보면 스쳐 보낸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는 뜻이겠다.
여기, 차들이 빼곡하게 열린 듯한 주차장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몇 바퀴를 돌아도 보이지 않던 빈자리가 올라와 보니 ‘나 원 참!’ 보이는 것이다. 99%의 영감과 1%의 상상력에 화법의 재미가 더해지는 작품이다./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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