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어떤 모습일까
이번에는 어떤 모습일까
  • 경남일보
  • 승인 2016.06.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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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수필가)
이홍식

TV 9시 뉴스를 보며 등에 배낭을 짊어진 채 자전거를 타고 국회의사당으로 출근하는 덴마크 국회의원의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패가 적은 나라 덴마크는 의사당 주차장에 대형차가 없고 급한 일이 아니면 사용을 자제한다는 앵커의 말을 들으며 소형차에서 내리는 의원 모습이 정말 신선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회의사당 앞에는 대형 고급차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는 기자의 설명과 함께 검은 대형차 일색인 의원들 차를 보며 실없이 화가 치민다. 의사당으로 들어가는 문도 의원과 보좌관이라는 신분을 기준으로 드나드는 출입문까지 구별하는 모습은 참으로 천박하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 이 기본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좋은 글을 쓸 때 지켜야 하는 여섯 가지 원칙은 의원들의 공무에 대입(代入)시켜도 똑같은 이치다. 국민에게 도덕성과 청렴을 이야기하고, 애국을 자주 들먹이며 국민을 섬기겠다는 의원일수록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올바른 방식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올바른 방식으로 국민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타고 다니는 승용차 하나로 의원들을 탓하거나 나라의 청렴성 전부를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 한 가지는 만 가지로 통하는 것이고, 속담에 ‘나물 날 곳은 입새(初入)부터 안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출근하는 모습, 그 하나만 보고 판단해도 거의 옛말을 비켜가지 않는다.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청렴성을 의심하지 않는 사회, 자신이 국민의 공복(公僕)이라는 의식이 뚜렷한 의원과 관료, 그것은 나와 모든 국민이 바라는 사회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本務)요 모든 선의의 근원이요 덕의 바탕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능히 목민관이 될 수 없다”라는 가르침이 있다. 우리가 이것까지 다 바랄 수는 없겠지만, 세상이 바뀐 지금은 많은 초선 의원과 30대 젊은 남녀의원이 의사당에 들어갔다. 이제 우리가 심은 씨앗이 제대로 싹터 뿌리 내린 그곳에서 큰 나무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들은 더운 날 국민에게 그늘이 되어야 하고, 춥고 비 올 때 가난한 사람들이 등 붙이고 기대는 든든한 의지처가 되어야 한다. 나는 국민의 공복임을 자처하는 그들에게 그런 기대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이홍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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