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약자에 대한 배려 ‘버큰헤드 전통’
[특별기고] 약자에 대한 배려 ‘버큰헤드 전통’
  • 경남일보
  • 승인 2016.06.0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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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룡 (통영경찰서장)
박금룡 서장

 

지난 봄에 방영된 인기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주인공이 미인과 노인과 아이는 보호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이 기억난다. 이런 생각은 서양에도 있다. 바로 여자와 아이들 먼저(Women and Children First)정신이다. 일명 ‘버큰헤드 전통(Birkenhead Dril)’이다. 1852년 2월 26일 새벽 병사들과 그 가족들 638명을 태우고 남아프리카의 사이몬스 타운을 출항한 영국 군함 버큰헤드호는 남아공의 간스바이로부터 약 2마일 정도 떨어진 해역에서 암초에 부딪혀 두 동강이 난다. 배가 침몰하는데 구명정은 3척뿐이었다. 이 배의 세튼 중령은 여자와 아이들이 탄 구명정이 뒤집어 질 것을 염려해 병사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을 것을 명령하였다. 모든 병사들은 그 명령에 따라 함선이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사람들은 이 병사들의 영웅적 자제력과 용기에 찬사를 보냈고 영국의 화가 토마스 헤미의 그림에서도 이 장면이 감동적으로 묘사되어 있기도 하다.

문명사회의 척도는 민주화와 인권, 독서, 차별 등 무수히 다양한 요소들이 주장되어진다. 그러나 버큰헤드 전통과 같은 약자에 대한 배려도 문명사회로 가는 중요한 나침반이 아닐까 한다. 단순한 힘의 논리에 의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아니라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전통이 바로 문명사회로 향해 놓여진 신작로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신안 여교사 성폭행 사건,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등이 세간에 뜨겁다. 남혐과 여혐 등 성(性) 대립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한다. 이런 사건들 뿐만 아니다. 경찰이 중점치안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생활폭력 등 모든 폭력이 나보다 힘이 없는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다.

거리에서든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정신이 온전하건 온전치 못하건 우발적이든 계획적이든 간에 나보다 힘이 쎈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참으로 비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약자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자신이 가진 힘의 표출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으니 참으로 반이성적이고 반문명적이다. 이러한 반이성적 반문명적인 비겁함을 사회에서 몰아내고자 하는 열망들이 우리 국민들 가슴가슴에 절실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경찰은 이런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여 4대악에 대한 강력한 척결활동과 더불어 최근에는 여성안전 특별치안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일선경찰서에 범죄예방진단팀(CPO)을 운영하고 스마트 국민제보 앱을 통해 여성이 실제 불안감을 느끼는 지역을 제보받아 보완조치를 하며,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지자체 협력단체 등과의 협업을 활성화하는 한편 여성안심구역과 안심귀갓길 등에 대해 순찰을 강화하고 환경개선을 하는 등 문제지향적 경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회의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는 도덕적 가치를 찾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이웃한 사람들간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여성이나 노인, 어린이와 같은 사회적 약자는 배려하고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과 건전한 정신을 앙양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입시지옥으로 내몰리고 있는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과 청년실업의 고통 속에서 힘들어 하는 젊은이들에게 건전한 정신을 심어줌으로써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보다 약한 사람은 보호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흔들리지 않는 청년정신이 우리들 곁에 만연하기를 바란다.

 

박금룡 (통영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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