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렬 (진해문화원장 )
진해역은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위치한 진해선의 철도역이다. 진해선의 마지막 역인 통해역은 군사보호지역에 있으므로 이 역이 실질적인 종착역인 셈이다. 역 건물은 2005년 9월 14일에 등록문화재 제192호로 지정되었고 2015년 2월 1일부터 정기 여객 취급이 중단되었다.
미니 열차인 양 진해역으로 통근하거나 통학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올망졸망 학생들이 아침에 타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가던 때가 있었다. 기차는 우리에게 여행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굳게 닫힌 문을 보면서 이 도시에서 흐르던 기차에 대한 추억은 기억 저 너머로 사라졌다.
진해역과 마찬가지로 경화역도 없어졌다. 경화역은 이제 전국적으로 알려져서 봄이 되면 상춘객들이 흩날리는 벚꽃을 마음에 담으려고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러나 그것도 봄날 한철이다. 우리는 진해에 있는 역에서 이제 일상의 역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기차는 여행의 이미지를 제공하지만 철도변의 삶을 또한 보여준다. 진해선을 따라가다 보면 철길에 이웃하여 사는 빈촌의 모습도 있다. 기적소리를 들으며 자다 깨다하던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여기 진해의 시인이 지은 시 한 편을 보자.
진해시 경화2가동/경전선 철로변이다/무궁화를 싣고 가는 걸/한 번도 본 적은 없는데/무궁화호는 잘도 지나다녔다/짧은 시간에 진해역으로 가거나/성주사역으로 갈 수 있었다/인근의 도시로 나가는/통학생들과 노동자들을 실었거나/군수용품들을 싣고 다녔다/신혼집 부근이었다/어깨동무한 낮은 지붕들이/다닥다닥 맞붙은 집들과/지루한 표정의 좁다란 골목들/지금은 사라졌지만/나는 무엇에 귀 기울였고/나는 무엇을 기다렸을까/지독히 늦게 피던 그곳의 해바라기처럼/아직도 목 늘이며 지나가곤 한다- <경화역> 정이경
기차를 타면서 기다렸던 것들, 부푼 꿈을 키워주던 기적소리, 혹은 이별의 시간을 준비하며 떠났던 새벽의 시간들. 이리저리 이합집산하며 떠돌던 청춘의 문장을 적던 곳도 이곳이 아니었던가. 진해는 이제 역이 없이 고속버스만이 시외와 연결되어 있다. 비록 역은 없어졌지만 이 역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일은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다.
박석렬 (진해문화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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