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근무환경 이기려 시작…10년간 연구하며 프로 반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간, 그러나 가장 느린 동작으로 커피 로스팅(커피 고유의 맛과 향, 신맛과 쓴맛의 정도를 결정짓는 핵심 테크닉)에 집중하며 삶의 활력소를 찾는 소방관이 화제다.
그를 찾았을 때 쌀알 같이 희던 원두생과가 고소한 향과 함께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볶이고 있다. 불을 너무 오래 가하면 쓴 맛이 강하고 덜 볶으면 신 맛이 나버린다. 8분에서 10분. 24년 경력의 소방관 정인효(50) 소방위가 가장 즐거움을 느끼고 또 긴장한다고 말하는 ‘로스팅’ 시간이다.
정인효 소방위는 진주소방서 현장대응단 소속 소방관으로 화재 신고가 접수되면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야한다.
항상 긴장을 늦춰선 안 될 근무 환경이 주는 중압감을 견디기 위해 10년 전부터 커피를 볶고 내리는 방식을 연구했다.
“언제라도 사인벨이 울리면 출동해야하는 상황때문에 마음의 여유를 가질수 있는 취미가 필요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커피에요. 잠시 여유가 생기면 향을 맡고 맛을 보고 ‘커피 한잔 하실래요?’ 라는 말로 동료들과 얘기꽃을 피웁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의 속성을 파악해 발화점을 찾아내야 하는 정 소방위의 주업무가 불을 이용해 커피를 볶는 ‘로스팅’과 나름 상통하는 면도 있었다. 거기에다 즐거움까지 가져다 주는 취미가 돼 결과적으로 일에도 더욱 열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대개 일에서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취미를 가지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커피를 볶는일 때문에 업무가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해 일과 취미에 집중하며 활력소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지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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