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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47>세걸산달궁으로 숨어든 마한의 왕, 그 사연을 품은 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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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0  16: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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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걸산 주변 암릉에서 본 정령치와 만복대(맨뒤)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은 서쪽 노고단·성삼재에서 북으로 꺾어 만복대에 닿는다. 정령치에서 숨을 고른 뒤 서서히 고도를 높인 다음 고리봉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북진길에 접어든다. 고리봉에서 대간을 넘겨준 또 다른 산줄기는 4∼8㎞지점 끝에 세걸산과 바래봉을 세운다.

바래봉과는 달리 색다른 맛을 지닌 정령치∼고리봉∼세걸산 구간은 이른바 꿈의 로드이다. 3∼4m적당한 높이의 초록 숲이 우거져 위압감이 덜해 정감이 넘친다. 산 먼당이나 돌출된 바위지대에서 보는 풍광도 시선을 편안하게 한다.

고리봉 가는 길에서 만난 개령암지와 마애불상군은 옛 선인들이 공유했던 기원의 의미와 불교사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세걸산 남쪽 산 아래 달궁은 원삼국으로 일컫는 마한 진한 변한 그리고 백제의 희미한 흔적들이 산재해 있다.

달의 궁전이라는 신비한 이름을 가진 달궁은 마한 효왕의 궁터이자 피란도성, 이때까지만 해도 산의 산이었던 지리산이 이들의 휘하에 들어오면서 사람의 산으로 탈바꿈한 계기가 된다. 말만 들어도 신비로운 달궁 사연은 세걸산이 품고 있다.

 
   
▲ 개령암지 마애불상군


▲등산로: 정령치 휴게소→개령암지·마애불상군(반환)→고리봉→첫번째 암릉→두번째 암릉→세걸산 정상→세동치 갈림길→전북학생교육원. 정령치 회귀. 7.3㎞ 4시간 40분 소요.

▲오전 10시, 정령치는 공사 중이다. 아스팔트 도로개설로 백두대간 마루금이 단절되고 동물들의 이동통로까지 사라지면서 복원을 위해 국립공원 측에서 인공터널을 설치하고 있다. 산림을 복원해 백두대간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되살리려는 의지다.

5분정도 오르면 갈림길을 만난다. 주등산로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빠진 뒤 늪지를 비켜 걸어 구상나무 군락지 숲을 빠져나가면 개령암지와 마애불상군이 등장한다.

20여m 높이의 울퉁불퉁한 암벽면에 크고 작은 불상 12개가 새겨져 있다. 어느 시절, 어떤이의 애끓는 사연이 이 높은 곳까지 발길을 잇게 하고 또 간절한 소원을 담아 불상을 새기도록 했을까.

가장 큰 것은 높이 4m이며 조형성은 몰라도 정성이 들어 있어 본존불로 여겨진다. 듬직한 체구에 타원형의 얼굴 다소 과장된 큼직한 코, 간략하게 처리한 옷 주름이 특징적이다. 작은 것은 1m짜리도 있다. 불상 아래 세전(世田)’, ‘명월지불(明月智佛)이라는 글귀로 미뤄 진리의 화신인 비로자나불 일종으로 보인다.

좌우에 지맥이 둘러싸여 있어 한결 조용하고 아늑하다. 이곳에서 기원하면 무슨 소원이든 이뤄질 것같은 편안한 마음이 든다. 고려시대 작품으로 보물 1123호로 지정됐다. 허투루 지나는 바람에 명월지불이라는 글귀를 관찰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 지역에 가는 탐방객에게 꼭 찾아보길 권한다.

오전 10시 30분, 첫 번째 암릉에 서서 뒤돌아보면 정령치와 만복대가 조망된다. 높이 1172m에 위치한 정령치는 남원시 주천면과 산내면에 걸쳐 있는 지리산국립공원의 고개이다. 삼국시대 이전 마한 효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씨 성을 가진 장군에게 성을 쌓고 지키게 했다는 기록이 서산대사 휴정(休靜·1520~1604)황령암기에 기록돼 있다.

만복대는 높이에 비해 산세가 부드럽고 그 형상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지리산의 만복이 깃든 곳이라는 뜻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이 지점에서 고리봉(1305m)까지 3km구간에 황홀한 억새 군락지도 산재한다.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西施川)이 만복대의 서시면에서 발원한다.

오전 11시 35분, 두 번째 암릉을 넘어서면 고리봉까지는 채 500m가 되지 않는다. 백두대간은 고리봉에서 방향을 꺾어 고도를 급히 낮추면서 고기 삼거리→남원 주천 노치마을로 내달린다.

이 구간 등산로 옆에 빨간 띠를 쳐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이유는 지리산에 서식하고 있는 반달가슴곰 때문이다.

 

   
▲ 반달가슴곰을 주의하라고 알리는 그림.



국립공원 종 복원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곰 개체수가 늘어나자 등산객의 안전을 고려해 등산로 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1900년 초까지만 해도 지리산에는 100여마리 이상의 야생 곰이 살았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유해조수를 구제한다는 명복으로 무분별하게 포획하면서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다. 해방 후에도 웅담을 채취하기위해 포획했고 한국전쟁 때는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종 복원센터가 지난 2004년 첫 방사 이후 지리산에 사는 반달곰 가족은 40여마리로 늘었다. 먹이활동과 번식에 최적의 장소가 되면서 덕유산 등 타 지역으로 옮겨간 개체는 없다. 해마다 2~3마리의 새끼가 태어나 2020년까지 목표 50마리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설악산에도 방사해 백두대간에 곰이 노닐게 한다는 계획이다. ‘곰을 자극하지 말라’고 게시한 알림판의 그림이 작은 웃음을 준다.

낮 12시 36분, 세걸산 정상,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의 화려한 마루금이 조망된다. 운봉읍의 공안리와 뱀사골 반선과 한가운데에 솟은 세걸산은 북으로 덕두산·바래봉, 남으로 고리봉·만복대와 가지런히 하나의 산줄기 위에 늘어서 있다.

세걸산 계곡물은 알카리 수로 깨끗하다. 삼한시대부터 이 계곡물로 쇠붙이를 다루어 솥을 만들었고 거기에서 유래한 지명이 지리산 둘레길의 수철리라고 부르는 마을이다.

 

   
▲ 산목련


최근 공주대학교 학생의 ‘세걸산의 관속식물상’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세걸산에는 총 108과 376속 584종 5아종 73변종 16품종으로 총 679분류군의 식물이 생육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동치가는 길, 앙상했던 겨울나뭇가지 끝끝마다 조랑조랑 매단 나뭇잎이 진초록으로 변했다. 철쭉과 층층나무, 신갈나무의 울창한 숲터널이 바람 한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늘문을 닫았다.

세동치까지는 500m남짓한 거리. 직진하면 부운치 1,2를 지나 5.1㎞지점 바래봉으로 연결된다.

갈림길에서 바로 가는 등산로를 뒤로하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전북학생교육원 방향이다. 키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이파리와 함께 꽃을 피우는 별같이 생긴 꽃도 보인다. 동자꽃 동의나물 숫잔대 말나리 꽃창포, 때늦은 산 목련이 수줍은 듯 취재팀을 반겨준다.

곧이어 한반도 형상을 한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의 화려한 건물이 문명과 사람의 영역에 들어왔음을 알려준다.

 

   
▲ 별을 닮은 꽃


백두대간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교육·체험공간, 전시관을 만들어 놓았으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을지는 미지수였다.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5D서클영상관, 카페테리아 등이 있으며 부대시설로는 야외공연장, 곤충온실, 체육시설이 사람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호남 최초로 시도되는 5D서클영상관과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의 백두대간을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체험을 할 수 있는 호랑이 라이더관이 인기란다.

선한 영향력을 키우는 행복한 수련교육의 장으로 소개된 전북학생교육원은 대자연 속에서 학생들의 정서를 순화하고 개척정신과 호연지기를 키워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자 설립한 교육의 장이다.

오후 2시 38분, 전북학생교육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면 큰길을 만나고, 택시를 이용해 정령치에 회귀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gn20160618세걸산 (63)
생태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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