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아웃사이더들의 이유 있는 반란
[의정칼럼] 아웃사이더들의 이유 있는 반란
  • 경남일보
  • 승인 2016.06.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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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국 (경남도의원)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기성 엘리트 정치인들이 누려온 그들만의 폐쇄적 기득권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부의 양극화에 대한 반발로 지금 세계의 정치와 경제질서가 대분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변화에 가장 먼저 편승한 사람이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다. 그는 워싱턴 정치권의 아웃사이더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물론 천박한 성적 농담을 하는 트럼프를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주류조차 질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선거 슬로건 아래 이민자 배척, 주류세력에 대한 반감, 반세계화 등을 자극하며 저소득·저학력의 백인들을 열광케 하고 있다. 반(反)기득권 세력의 상징으로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등 서민 행보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지만 정작 그는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난 부동산 재벌이다.

트럼프에 버금가는 또 한 명의 막말 아웃사이더가 요즘 적잖이 뉴스에 등장한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이다. 그는 국민들에게 “제가 마약에 빠진 모든 사람들을 죽일 것입니다. 저에게는 그런 인내심이 없어요. 바보 같은 당신들이 나를 죽이든, 내가 당신들을 죽일 것이오”라는 대통령 당선자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법치주의 파괴적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

하지만 필리핀 국민들은 ‘품격’과는 거리가 먼 그를 선택했다. 그는 마약과 범죄도시로 악명 높았던 다바오시를 맡아 강력한 치안정책으로 도시 범죄율을 크게 떨어뜨려 현재의 다바오 시를 필리핀에서 가장 치안수준이 높고 외국인이 투자하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시켜 놨다.

최근 브렉시트로 혼란에 빠진 영국도 성장이 정체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지갑이 얇아진 시민들이 ‘내것을 빼앗아 간’ 이민자들과 주류·엘리트층의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으로 EU 탈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번 런던시장 선거에서는 신문배달 ‘흙수저’ 출신인 파키스탄계 사디크 칸이 당선됐다. 미국, 필리핀, 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공통된 기류는 기성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서서히 가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들여다보자. 청년들은 헬조선, 흙수저란 말을 일상용어처럼 사용하고 부모님 부담 좀 덜어드리겠다고 오늘은 아르바이트생으로 내일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조선 등 제조업의 위기로 실직에 내몰린 가장들은 자식들 등록금, 집 생활비 걱정에 한숨이 가득하다. 그들의 눈에 국적도 불분명한 재벌 형제간 경영권 다툼, 변호사비 50억원으로 드러나는 법조비리, 좋은 대학이나 소위 ‘사’자로 이뤄진 정치권의 계파, 이권싸움 등이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 궁금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민주주의는 혁명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하지만 그 장치도 민중의 불만과 분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순자의 말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정치권력은 배이고 국민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언제든 뒤엎을 수도 있다.’

 
강민국 (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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