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철 (경남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당나라 장공예라는 사람은 9대를 내려오며 자손들 수백 명이 한 집에서 살았으나 그 가족들은 언제나 서로 위하고 화목하게 지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이 당나라 3대 황제인 고종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고종은 이를 기특하게 여겨 그 집을 직접 행차해 가족화목의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장공예는 종이와 붓을 가져와 대답 대신 무릎을 꿇고 앉아서 묵묵히 ‘참을 인(忍)자’ 100여 자를 써서 올렸다고 한다. 이를 본 황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선물을 하사했다고 한다.
어느 집안이든 갈등과 대립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갈등과 대립이 심화돼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경남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는 1만1908건으로 하루 평균 33건으로 이 가운데 2003건을 사법처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건처리단계에서는 매일 ‘가정폭력 전수 합심조사’를 통해 전날 접수된 신고사건이 제대로 처리됐는지, 향후 재발 우려는 없는지 세밀하게 심사하고 있다. 사건이 처리된 후에는 외부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가정폭력 솔루션팀’을 통해 피해자에게 필요한 의료·법률·생계지원을 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에서는 2011년 가정폭력특례법 개정을 통해 경찰관의 긴급임시조치권과 현장 출입·조사권 등을 도입하는 등 경찰관이 가정폭력 신고접수 현장에서 가정폭력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와 경찰의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제 가정폭력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과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화목한 가정이 우리사회의 근본이 되고, 그런 사회의 미래는 안전하고 행복할 것이다. 갈등과 서운함이 생기더라도 ‘참을 인(忍)자’를 마음에 한번 새기고 대화해 보는 건 어떨까.
하재철 (경남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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